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건/사고
  • 작게
  • 원본
  • 크게

에르도안 독재 맞선 군부의 ‘민주주의 쿠데타’?

[기타] | 발행시간: 2016.07.16일 14:05
[한겨레] 에르도안 13년 장기집권, 이슬람주의로 치우쳐

건국의 아버지 케말 정교분리 등 세속주의 위축

쿠데타군 “민주질서 보호” 내세워 전복 시도


15일 쿠데타를 일으킨 터키 군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를 ‘민주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군부 쿠데타가 민주주의를 파괴해온 한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군부 쿠데타를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터키에서는 이런 주장이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터키 군은 ‘세속주의’와 ‘민주주의’, ‘공화국’의 수호자 노릇을 해왔다. 그런 전통은 현대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에서 비롯했다. 15~18세기까지 오스만 투르크는 중동과 유럽 세계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대항해와 산업 혁명 등 유럽의 발전에 따라 위축되기 시작했고, 특히 1차 대전 때 독일 등 동맹국에 가담했다가 패전국이 됐다. 1차 대전 뒤 연합국은 오스만 투르크 영토의 대부분을 주변국의 지배에 두려고 시도했다. 그 때 무스타파 게말은 독립 전쟁을 일으켜 이런 시도를 물리치고 아나톨리아 반도를 대부분 차지한 터키 공화국을 세웠다.



그리고 무스타파 케말은 터키를 발전시키기 위해 급진적인 현대화, 서구화 개혁을 관철시켰다. 칼리프제의 폐지와 정-교 분리(세속주의), 종교의 자유 보장, 남녀 평등 교육, 일부다처제 금지, 여성들의 히잡, 차도르, 부르카 금지, 여성에 선거권 줌, 아랍문자 폐지와 알파벳 사용, 이슬람력 폐지와 유럽력 도입,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의 수도 이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가운데 정-교 분리(세속주의), 종교 자유 보장, 남녀 평등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는 터키가 유일하다. 이런 업적에 대해 1934년 터키 의회는 무스타파 케말에게 ‘아타튀르크’(터키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줬다.

무스타파 케말이 독립 전쟁과 건국, 현대화의 지도자였고, 그가 군인 출신으로 군부의 힘을 바탕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터키 군부는 오랫동안 ‘무스타파 케말 정신’의 수호자로 자처해왔다. 1938년 무스타파 케말이 죽고 1945년에 일당 독재가 끝난 뒤에도 군부는 민간 정부와 함께 터키를 지배해왔다. 1960년, 1971년, 1980년에 일어난 군사 쿠데타들도 모두 세속주의나 민주주의, 공화국, 케말주의의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군부의 지배 전통은 2003년 이스탄불 시장 출신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총리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르도안은 경제 발전과 친이슬람주의를 바탕으로 3번이나 총리로 선출됐으며, 2014년에는 헌법까지 바꿔 그 전과 달리 실권을 가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현재 총리와 대통령으로 4번 선출돼 13년째 집권 중이다. 이에 따라 중동에서 유일한 정-교 분리 국가인 터키마저 이슬람주의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 에르도안의 민간인 독재에 대한 우려가 군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터키 군부는 에르도안의 친이슬람주의적 태도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크고 작은 쿠데타 움직임도 계속됐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대중적 인기와 정부 장악력을 바탕으로 이를 매번 깨뜨렸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했고, 이슬람 전통을 강조해 터키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이 원동력이었다. 이번에 터키 군부가 세속주의와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쿠데타를 일으켰음에도 수천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이를 반대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한겨레신문 :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33%
40대 33%
50대 33%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술 마셔도 무죄" 김호중, '이창명 음주 사건' 혐의 입증 어렵다 왜?

"술 마셔도 무죄" 김호중, '이창명 음주 사건' 혐의 입증 어렵다 왜?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국과수에서 음주 소견을 받았음에도 무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김호중이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지난 17

미니영화 《결혼등기》...황혼재혼에 대한 사색의 여운

미니영화 《결혼등기》...황혼재혼에 대한 사색의 여운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올들어 네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미니영화 《결혼등기》가 5월16일 오전 연길한성호텔에서 시영식을 가졌다. 연변영화드라마협회 부회장 김기운이 감독을 맡고 전영실이 극본을 쓴 미니영화 《결혼등기》는 리혼한 부모의 재혼을 둘러싸고

장편소설 《위씨네 사당》 한문판 신간 발표 및 작가 허련순 기자간담회 장춘서

장편소설 《위씨네 사당》 한문판 신간 발표 및 작가 허련순 기자간담회 장춘서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한창인 가운데 연변인민출판사는 2024년 5월 18일 오전 9시, 국가길림민족문자출판기지 전시구역에서 장편소설 《위씨네 사당》 한문판 신간 발표 및 저명한 조선족 녀작가인 허련순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위씨네 사당》한문판 신간발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