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운전 중 소리를 지르거나 경적을 울리는 등 난폭행동을 할 가능성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로드레이지(road rage·운전 중 난폭행동)의 대부분은 남자들이라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20일 (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골드스미스대학은 현대차의 의뢰로 영국인 1000명의 운전행태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운전하는 도중 청각,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에 관한 자극을 준 뒤 그 반응을 살폈다. 피실험자 1000명 중 450명의 차내에는 웹캠을 달아 운전자 표정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를 체크하는 ‘드라이빙 이모션 테스트’ 점수를 매겼다.
실험 결과 여성 운전자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드는 차량이 있거나 동행자가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해대는 것과 같은 외부의 부정적 자극에 대해 남성보다 12% 더 화를 내는 경향을 보였다. 패트릭 페이건 골드스미스대학 교수는 "행동심리학적으로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감정·언어 지능, 신경질적 속성 또한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건 교수에 따르면 여성은 수렵채집 사회 때부터 ‘조기 경고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라는 본능을 갖고 있다. 여성은 선사시대 가장이 사냥하러 나간 사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위험 감지 능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페이건 교수는 "이같은 본능적 경계심 때문에 여성 운전자는 부정적 자극에 대해 보다 예민하고, 화를 자주 내고, 좀더 빨리 좌절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학계는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훨씬 더 자주, 많이 난폭행동을 한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 앤드 만’은 로드레이지의 96.6%가 평균 나이 33세의 남성 운전자가 벌인 행동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 있다. 난폭운전은 고령의 일부 운전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연령대의 남성들이 벌이는 일반적인 운전행태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이밖에 운전자들이 운전을 즐기는 이유는 해방감과 이동성, 자립심 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남성 운전자의 29%는 운전 중 대화를 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고, 14%는 대화가 오히려 운전을 더 잘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영국 운전자의 54%는 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 운전자 10명 중 8명은 차에서 미트 로프의 ‘배트 아웃 오브 헬(Bat out of Hell)’과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거의 항상 듣는다고 말했다. ‘어떤 길을 달릴 때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84%는 ‘뻥 뚫린 도로’, 78%는 ‘시골길’, 69%는 ‘해안가’를 꼽았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