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기 체중이 4kg도 안 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넓적다리 굵기가 일반 성인 검지와 비슷하다면? 못 믿겠지만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한 남자아기의 이야기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살던 프리실라 모즈는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불가리아의 한 고아원에서 지낸다던 남자아이 사연을 접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줄 알았던 아이는 놀랍게도 일곱 살이었다. 체중은 8파운드(약 3.6kg)밖에 되지 않았다. 태어난 후부터 뭔가 먹어본 적 없었던 셈이다. 다만, 어째서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며, 누가 아이를 버렸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프리실라는 아이를 본 순간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실라도 입양아다. 안타깝게도 같이 버려졌던 오빠는 오랜 굶주림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4년 전에도 한 아기를 입양한 경험이 있다.
남편의 동의를 얻은 프리실라는 그길로 불가리아에 날아갔다. 같은해 10월, 마지막 서류절차를 끝으로 아이와 집에 돌아온 그는 둘째 아이의 이름을 라이언으로 지었다.
이때부터 사랑으로 뒤덮인 라이언의 회복기가 시작됐다.
1년여가 흐른 지금 라이언의 체중은 그때보다 15파운드(약 6.8kg) 늘었다. 하지만 또래 체중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었다.
라이언이 체중을 제때 늘리지 못한 이유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에 익숙지 못해서다. 미국에 온 뒤 병원으로 옮겨진 라이언을 본 의사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미국에서 소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이 ‘영양재개증후군(refeeding syndrome)’을 앓은 탓에 소년은 올해 1월을 넘기고 나서야 뭔가를 먹을 수 있었다. 이는 오랜 중증 영양실조 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재개할 때, 신진대사 시작으로 뇌나 심장 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증후군이다.
이제 여덟 살이 된 라이언은 곧잘 웃고 거의 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간의 뇌성마비 징후와 왜소증 등이 관찰돼 앞으로 소년은 더 많은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프리실라는 행복하다. 그는 “라이언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며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 된 라이언을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메트로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