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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독을 탄 ‘제2의 황우석’과 방관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2.06.05일 15:16

[사이언스온] endo의 편지

‘서울대 연구부정 논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연구부정 느슨한 처리땐 학문 후속세대에 피해

한겨레 과학 전문웹진 <사이언스온> 바로가기

한국에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부정 사건은 한 과학자의 연구부정 행위가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혼란과 충격에 빠뜨린 유래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 과학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그동안 미비했던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고 옳지 않은 관행을 벗어나려는 자정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정 노력을 했다고 해서 이후부터 연구부정 행위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자정 노력은 연구부정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개인적 차원과 국가적 차원에서 조성하고, 그렇더라도 연구부정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치루도록 하는 투명하고도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마련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황우석 전 교수 사건 이후 그동안 한국 과학계 또는 전체 학계에서 연구부정 사례는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올해만 해도 암 치료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국 텍사스대학의 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의 한 교수가 연구부정 행위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연구부정 행위는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자정 노력이 없기 때문에 연구부정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정노력의 진정성은 그 나라의 학계가 이런 연구부정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과 처리과정 그리고 처리결과에 의해 드러나고, 이렇게 드러나는 결과에 의해 다시 연구부정 사례는 줄어들게 됩니다.

연구부정은 ‘지식의 우물에 독을 타는’ 범죄

최근 한국에서 우연히도 황우석 교수가 있었던 서울대 수의대에서 강아무개 교수의 연구부정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들에서 이 의혹에 대해 ‘제2의 황우석 사건’으로 묘사되고 한국 학계의 자정 노력에 질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실망스럽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이번 연구부정 의혹을 계기로 이미 과거에 제기되었던 연구부정 의혹들에 대해 엄격한 조사와 처리 없이 관대하게 넘어 갔던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한국의 자정 노력이 겉으로 보여주는 표면적인 부분에 그치고 진정성은 없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최소한의 연구부정 사례가 아니라 학계 곳곳에 만연한 연구부정 사례들의 일부만이 드러나는 문제인 것입니다.

연구부정 의혹에 진정성 없는 대처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듀크대학(Duke University) 교수의 연구부정 사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암 환자들의 유전적 차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연구결과에 대해, 2009년 이미 조작 의혹이 통계학자들에 의해 제시되었지만 무시되고 그 조작된 연구결과를 기초로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3개나 진행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0년 중반에 그 교수의 경력에 허위가 있다는 의혹으로 말미암아 다시 그의 연구결과까지 조사를 하게 되어 결국 조작된 연구결과가 밝혀지고 조작된 연구결과에 기초한 모든 임상실험이 중단되었습니다.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100명 넘는 암 환자들은 논문 조작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가짜 치료를 받으면서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거나 심지어는 생명의 단축을 초래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수로 연구부정 의혹이 무시되었더라도 그로 인해 이렇게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수가 아닌 관행으로 연구부정 의혹을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자정 노력에 진정성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만인이 이용하는 우물에 독을 탄 범죄 의혹을 알고도 무시한 방관자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범죄행위를 감시하고 조사해서 처리해야 하는 학계와 대학들이 오히려 부정행위를 눈감고 보호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과 같은 것입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말이 황우석 박사로 인해 한국 사회에 알려진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과학은 만인이 이용하는 우물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국경이 없고 그 우물에 독을 타면 그 학자가 세계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물에 독을 탄 학자는 그 학자가 있는 나라의 법과 규제에 의해 조사되고 처벌되는 국경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물에 독을 탄 학자에 대해 관대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 관대할 때 결국은 그 나라 전체 학자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로 연결됩니다.

자신들이 관행적으로 해 오던 부정한 일들과 동료학자들을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부정행위에 관대한 나라가 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학문에 열정을 가지고 뛰어드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멍에와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연구부정의 토양을 제공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그 연구부정 행위를 키워내는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세계 학자들에게 심어 주었을 때 정직하고 건강하게 자란 대부분의 후학들이 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후학에게 멍에와 부담을 안겨주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서울대 연구윤리의 ‘진정성’을 지켜본다

이제라도 한국 학계의 미래를 위해서 진정성을 가진 자정 노력을 보여줍시다. 과거에 부실하게 넘어 갔던 연구부정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리를 해야 합니다. 연구부정 사례가 자주 나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연구부정 의혹이 발생했을 때 거기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더욱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과학에 국경이 없다면 부실하거나 부정직한 연구결과를 과학계에 알려 그 연구결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할 의무도 국경 없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정행위에 관대한 한국의 관행으로 스스로 과학에 국경을 만들어 조롱받고 고립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제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여 연구부정 행위를 될수록 적발하는 국가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연구부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연구부정을 될수록 걸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국 학계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지고 학자들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될 것입니다. 20세기에 와서 통계 수치에서 암 환자 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암 진단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던 암 환자들이 더욱 많이 새롭게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암 진단기술이 발달할수록 암 진단 결과를 신뢰할 수 있듯 연구부정 행위를 적발해 조처하는 시스템이 강화할수록 그 국가의 연구업적에 대한 신뢰성은 높아지는 것입니다.

학계의 부실한 자정 노력이 드러난 이상 이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시방편으로서 말만으로 부르짓는 자정 노력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의혹 제기, 조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조사후 처리결과까지 전 과정을 감시하고 알리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학계의 자정 노력이 부실하게 흐지부지되는 것을 언론이 감시할 사회적 책임도 또한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개별 연구자들 차원에서 스스로 엄격한 세계적 기준에 맞추어 연구결과를 내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연구부정을 예방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넓게 보자면 이렇게 할 때 연구결과의 질도 높아지고 더불어 학문적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결과로 한국 과학계의 위상을 높였던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결과도 자신한테 엄격하지 않은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해 단숨에 무너졌습니다. 연구자들이 자신한테 엄격하고, 과학계나 교육기관이 자신한테 엄격한, 진정성 있는 자정 노력을 이제는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 한겨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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