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어먹는 비타민C, 당분 많아 충치 유발
녹여먹는 비타민C, 산성 높아 부식 위험
환절기를 맞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져 비타민C를 많이 찾는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잇몸이 약해져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몸에 좋다는 비타민C가 치아에 득(得)보다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C 제품은 당분이 많고 산(酸) 성분이 강해 치아에 닿으면 충치와 치아 부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C의 원료는 가공하기 전에 신맛을 넘어 쓴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제품을 제조할 때 설탕이나 과일향 등의 첨가물을 넣어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씹어 먹는 형태의 어린이용 비타민C는 아이들 취향에 맞춰 당분 함량을 높이기도 한다.
이러한 비타민C의 당분이 치아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입안에서 당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충치를 유발하기도 한다.
진세식 유디치과 강남역점 대표원장은 "유치는 충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어린이 비타민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먹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충치가 치아 속에 발생하면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기고 신경까지 진행돼 치아가 까맣게 변색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산성 성분이 강한 비타민C는 체내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음료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음료 형태의 비타민C는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일반적인 비타민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맛이 좋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약 형태의 비타민C보다 상대적으로 입안에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고 치아에 닿는 면적도 많다. 보통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가 되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법랑질)층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비타민C의 평균 산도는 PH 2.5~3 정도로 강한 산성을 띠기 때문에 치아가 약한 사람이 습관적으로 비타민C를 먹거나 음료 마시듯 마시면 치아의 에나멜층이 산과 반응해 녹기 시작한다. 산 성분이 강한 비타민C를 장기간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치아가 부식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치아의 에나멜층이 약하거나 구강 내 염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약 형태의 비타민C를 삼키는 방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알약을 먹는 것이 힘든 사람이라면 음료 형태의 비타민C를 선택하되 빨대를 사용해 비타민C가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구강 내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씹어 먹는 비타민C는 먹고 난 뒤 꼭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것이 좋으며 20~30분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산 성분이 높은 비타민C를 먹고 곧바로 양치질을 하게 되면 치아의 겉면을 구성하고 있는 법량질이 산에 의해 녹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비타민C와 같은 영양제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것 역시 많이 먹는다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방법으로 적당량을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진 원장은 "비타민C는 혈관과 조직세포 재생을 돕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 구강 건강에 필요한 영양제이지만, 자신의 치아 상태에 맞는 복용법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