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발견된 미스터리의 전파 폭발은 외계인들이 우주선에 연료를 공급하다가 발생한 현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의 애비 뢰브 박사는 지난 9일 "10년간 지구에서 관측된 '고속 전파 폭발(Fast Radio Bursts·FRB)' 현상은 외계인들이 우주선에 단 돛에 동력원으로 보낸 전파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FRB는 우주에서 오는 짧지만 강력한 전파로 2007년 호주에서 처음 관측됐다.
‘고속 전파 폭발(FRB)’현상을 발견한 호주의 전파망원경들. /호주연방과학원
외계인이 우주선의 연료로 전파를 보냈다는 생각은 최근 과학자들이 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제안한 태양돛에서 착안했다. 범선이 돛으로 바람을 맞아 움직이듯 태양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태양돛에 부딪히면서 우주선이 앞으로 간다는 원리다. 실제로 찰나의 순간에 나타나는 FRB는 우주선의 동력원이 될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1000분의 1초 동안 방출되는 에너지가 태양이 1만년 동안 방출하는 양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일단 FRB가 외계인이 보냈다고 가정하고 그 용도가 무엇일지 연구했다. 계산 결과 우리 은하 밖의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관측된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려면 지구의 두 배 정도 크기의 수신기로 햇빛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단순히 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라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며 "태양돛에 동력으로 보낸 에너지라면 100만t 무게의 우주선도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파는 우주선에 길을 알려주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FRB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 마지막 단계의 별이 블랙홀과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다. 일부에서는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보낸 메시지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