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역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여성이 집에 돌아가자마자 어머니의 동거남에게 머리카락을 깎이고 감금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한 정경택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14일 CBS 라디오방송‘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누구 하나 죽일 것 같다. 빨리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출동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실종된 여성이 집으로 돌아온 10일 이 여성의 친구로부터 “형사님, 삼촌(동거남)이라는 사람이 실종자를 감금시켜놓고 못 나가게 하고 누구 하나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와주세요”라는 연락을 받고 강력팀 형사들이 여성의 집에 긴급 출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여성은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머리카락을 깎이고 펑펑 울고 있었으며, 상당히 불안해하고 두려움이 있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여성을 동거남으로부터 떼어내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 과장은 “피해자에 대한 동거남의 심한 통제와 가혹행위가 늘 일상화됐고 그 기간은 6~7년 정도 된다”며 “이런 이유로 동거남을 긴급체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거남은 실종 신고 단계부터 수상한 행동을 보인 사실도 드러났다. 정 과장은 “동거남은 경찰이 수사를 위해 실종 여성의 친모를 만나는 것도 싫어했고, 친부의 연락처도 잘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또 실종 여성의 모친이 자살을 시도해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결국 동거남에게 40분 정도 요구해 여성의 친아버지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걸어 “딸이 집에 와서 할머니댁에 데려다 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종 여성의 친아버지는 이 여성의 어머니와 이혼은 하지 않고 별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거남은 지난 9일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며 실종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소식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경찰은 하루 뒤인 10일 이 여성을 찾았다. 서울서부지법은 현재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동거남 김씨(36)에게 구속영장이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과장은 “실종 여성이 자신의 신상이 퍼졌던 데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트위터에 올려놓은 사진과 인적사항을 삭제하고 내려달라고 계속 요구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실종녀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대학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