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이상, 20대보다 5배 많아 … 노인층 자살률 심각해
전 연령층 사망원인 1∼2위 … 한국·멕시코만 지속적 증가
23일 저녁 8시 50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 여대생 A(20)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 아파트 15층에 사는 A씨가 창문을 통해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이같이 자살을 통해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하루 평균 42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1만5566명에 달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31.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고다.
더 심각한 것은, 2000년 이후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만해도 자살자수는 6444명에 불과했다. 남자 4481명, 여자 1963명으로 자살률은 13.6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6년 1만여명(자살률 21.8명)을 넘어서더니 2008년 1만2858명(26명), 2009년 1만5413명(31명)으로 급증했다.
10년도 안돼 자살률이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자살자수는 130%를 훌쩍 넘었다.
◆충남·강원·충북 등 도 지역이 자살률 높아 = 자살률 증가로 주요 사망원인 순위도 바뀌었다. 20001년까지 자살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8∼10위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9년에는 1∼2위로 부상했다.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이 사망원인 1순위였고, 40∼50대는 암에 이은 2위였다. 특히 20대는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4.6%나 됐다. 사망자 2명 중 1명이 자살 사망자인 것이다.
그러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연령이 많아질수록 높았다. 지난 2010년 20대에 24.4명이었던 자살률이 30대 29.6명, 40대 34.1명, 50대 40.1명으로 늘더니 60대에는 52.7명으로 배 이상 커졌다. 또 70대에는 83.5명, 80대 이상은 123.3명으로 20대보다 5배 이상 높았다.
남녀간 격차도 노인층이 컸다. 10대가 남녀 자살률이 각각 5.3명, 5.0명으로 비슷하다면 80대 이상은 222.7명, 83.1명으로 1.67배에 달했다. 또 70대는 남녀 자살률이 각각 134.8명, 48.5명으로 1.77배, 60대는 81.5명, 26.5명으로 2.07배였다.
반면 20대는 각각 26.1명 22.5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30대는 35.4명, 23.5명으로 남자 자살률이 50.6% 높았다.
자살률 증가추이도 노인층이 컸다. 2010년에 전년보다 자살률이 높아진 연령층은 60대와 70대로 각각 1.7%, 5.7% 증가했다. 물론 40대도 3.8% 늘었다.
높은 노인층 자살률은 시도별로 명암이 뚜렷했다. 아무래도 노인인구가 많은 도 지역의 자살률이 대도시보다 높았다. 충남이 36.9명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강원(36.8명)과 충북(31.9명) 등이 따랐다. 가장 낮은 곳은 울산으로 24.6명에 불과했다. 시도별 사망자 대비 자살사망자 비율도 충남이 8.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강원(8.1%), 제주(7.7%), 경기(7.3%), 충북(7.1%)순이었다.
◆빠른 사회 변화와 치열한 경쟁이 자살률 높여 =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OECD국가자살률 변화 유형'에 따르면 지속적 증가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멕시코와 한국 뿐이다. 그나마 멕시코는 10만명당 자살률이 10명도 안된다. 포르투갈은 감소 추세였다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자살률은 7.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모두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거나 증가 또는 정체였다가 감소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리스가 자살률이 2.8명으로 가장 낮았고 그 뒤를 이탈리아(4.9명), 스페인(6.0명), 호주(7.5명), 독일(9.1명), 캐나다(10.2명), 미국(10.5명), 스웨덴(11.0명), 뉴질랜드(11.2명), 아일랜드(11.3명), 프랑스(13.8명), 일본(19.7명) 등이 따랐다.
2010년 기준 OECD 평균 자살률은 11.3명이었고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표준인구로 보정한 결과, 28.1명에 달했다. 평균보다 1.48배 높다. 다른 나라들보다 아주 높은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평균 자살률을 산출하는데 있어, 0.6명의 증가를 유발할 정도다.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은 "우리 사회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데 반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체계가 취약해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노인 자살자가 1만5000여명 가운데 5000명이 되는 것도,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에 비해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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