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 축소에 나서면서 사실상 방통위를 좌지우지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진보진영 주요 언론단체들이 공정방송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내용상 차이는 있지만 방통위 영향력 배제 또는 축소를 핵심으로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미디어개혁 과제 릴레이 토론회를 펼치고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개선안은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위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공영방송지배구조TF에 참여하고 있는 상지대 김경환 교수가 마련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방송법에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여야가 동수로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게 했다.
또한 이사 구성도 현행 11명에서 12명으로 늘렸으며,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을 하지만 사장 임명과 관련한 사안은 전체이사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토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도 담았다.
이와 함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설치토록 했다.
위원장 1명을 포함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사추위를 여야 각 3명, 해당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1명, 방송관련 시청자 단체 2명,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협회, 해당 방송사 노조에서 각각 1명 씩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토록 규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추진하는 방안은 언론개혁시민연대와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방통위 영향력 축소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민언련에서 구상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여야 정당이 3명씩 모두 6명을, 방통위가 3명, 해당 방송 구성원들이 2명씩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다변화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언련은 공영방송 이사회와 같은 비율의 의결권을 갖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처럼 진보진영 단체 방통위 권한 축소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그동안 방통위가 정부와 여당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반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진보진영의 이 같은 인식은 정부와 여당에서 추천한 3명과 야당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되는 방통위 위원 구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서 기인한다.
즉 현재 여야 구도상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진이 각각 7 대 4와 6 대 3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 인사가 많이 포진한 방통위가 사장 추천권을 가진 각 공영방송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사실상 낙하산 사장 선임을 방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진보진영은 MBC 파업을 계기로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사장 선임에 대한 영향력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해 방통위의 입김을 원천봉쇄하는 한편 공영방송 이사회에 노조, 시민단체, 진보학자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 놓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진보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언론시민연대 이동훈 정책실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자기들 입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없애자고 하는 것 같다"면서도 "지난 정부 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방통위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면밀히 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방통위를 당장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동훈 실장은 진보진영에서 추진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그동안 방통위의 자의적 행위로 인한 폐해로 인해 사장추천위를 구성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사추위가 (국민들로부터)완벽하게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위원회로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데일리안 =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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