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를 경계하라."
폭스바겐 파사트의 국내 출시가 임박해지자 현대차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파사트가 그랜저ㆍ쏘나타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사트는 1973년 처음 출시된 이래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신형 파사트는 다음달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특히 파사트의 경제성과 진동ㆍ소음ㆍ흡수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파사트 연비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안다. 그랜저와 쏘나타가 밀리지 않도록 우리 차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서 파사트를 긴급 확보해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기량별로 가솔린과 디젤 모델 모두 확보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파사트의 디젤엔진이 우수한 만큼 엔진과 변속기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연비 강화 방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양연구소에서 경쟁차 모델을 분석하는 일은 통상 있는 일이지만 파사트 작업에 투입한 인원과 확보한 차량 대수는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또 강력한 연비를 자랑하는 파사트에 맞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새롭게 강조하고 HG그랜저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번에 출시하는 파사트는 7세대에 해당한다. 7세대 파사트는 특히 독일 특유의 기술력에 미국적인 실용성이 가미돼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 사이즈가 눈에 띄게 커졌다. 앞뒤 전체 길이가 4868㎜(6세대는 4765㎜)로 늘어났고 휠베이스 역시 기존 2709㎜에서 2803㎜로 길어졌다. 이에 따라 내부 공간도 더욱 넉넉해지고 실용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뒷좌석 레그룸(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이라며 "트렁크 공간도 529ℓ로 매우 넉넉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차의 특징은 디젤엔진이다. 아우디ㆍ폭스바겐의 자랑인 TDi 디젤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친환경 디젤엔진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세계 최강 변속기로 평가받는 6단 DSG 변속기와 TDi 엔진이 결합하면서 6기통 엔진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며 ℓ당 17㎞ 연비를 갖추게 됐다. HG그랜저의 연비(ℓ당 10.9~12.8㎞)를 크게 능가한다. 정 부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이 주목한 것도 파사트의 연비다. 2.0 디젤 모델의 최고출력은 140마력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32.6㎏ㆍm다.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