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기거하는 곳을 려행의 목적지로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려행은 비일상을 지향하는데 일상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려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우리가 익숙한 줄 알았던 연길에서도 흥미로운 려행지를 찾아볼 수 있다. 연변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중 하나이다.
지난 17일, 새롭게 단장하고 개관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연변박물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지루한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곳이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려행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물관을 찾기 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
중국 ‘100개 중점박물관’중 하나, 1만 5000여점의 소장 문물, 2만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연변에 인류활동 존재… 박물관을 찾기 전에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다.
연길 서부 장백산서로에 위치한 연변박물관은 건립된 건 1960년이지만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기 시작한 건 2009년 국가 2급 박물관으로
평의되면서부터이다.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져 건설된 건 2012년이다. 2015년에는 국가 AAAA급 관광구로 평의되였고 현재 박물관에 소장된
문물은 1만 5000여점에 가까운데 그중 국가급 진귀문물이 500여점에 달한다.
2012년에 완공된 새 박물관은 건축면적이 1만 4570평방메터이며 전시면적만 7200평방메터에 달한다. 현재 전시관에는
‘조선족민속전시’, ‘천추의 얼-조선족혁명투쟁사전시’, ‘연변출토문물전시’ 등 3대 기본 전시와 ‘연변의 발자취-연변조선족자치주 성과도편전시’
등이 있으며 년간 접대 인원수는 2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것의 직관적인 아름다움
우선 박물관에 전시된 우리 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조선족민속전시’ 전시홀은 2층에 마련돼있다. 면적은 약 2000평방메터, 조선족의
이주, 생산, 생활, 인생의 례 및 문화, 오락 등 다양한 측면으로부터 민속문화를 전면적으로 전시했다.
출생례, 돌잡이, 결혼례, 혼수례, 상여와 같은 인생의 례에 대한 재현부터 촌수법, 20세기 초반의 이민 분포상황까지 그리고 그대로 재현된
민속가옥, 옛 가구, 찬합, 팔각함과 같은 생필품부터 중화민국시기의 결혼등록증, 서당 개근상 증서까지… 박물관의 조선족 민속 전시는 세심하고
정교했다. 조선족이라면 다 알고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게 ‘무슨 볼거리가 될가’싶지만 가서 보면 예상과 다르다.
누군가에겐 새로움, 누군가에겐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선물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서 만나는 력사의 지층
연변박물관에서 소장한 문물이 2만년 전의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연변출토문물전시’의 전시홀 면적은 약 1000평방메터, 2만년 전의 구석기시대부터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기까지, ‘해동성국’ 당,
발해 출토문물을 중심으로 장면 복원, 모래 모형 전시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연변의 유구한 력사와 다채로운 문화, 굴곡적인 발전맥락을
보여줬다.
‘연변출토문물전시’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당나라시기 발해국 정효공주 무덤의 묘비와 금나라시기 동하국 ‘상서례부의 인’,
금나라시기의 구리거울, 신석기시대의 옥고리 등이 있다.
특히 1980년과 1981년 두차례에 걸쳐 발굴된 당시 화룡현 룡수향 룡해촌 서쪽의 룡두산에 있는 발해 문왕의 넷째 딸 정효공주의 무덤은
벽화에는 널길의 동, 서 벽과 널방의 동, 서, 북 벽에 그려진 12명의 인물도는 처음으로 발해인의 모습을 보여줘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박물관에는 현재 벽화와 묘실이 재현돼있다. 묘비는 실물이 전시돼있으며 비문은 728자중 719자가 판독 가능할 정도로 잘 보존돼
새삼스러웠다.
글·사진 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