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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은 반짝이건만…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4.19일 09:17



장수철

우리 연변처럼 맑은 공기, 푸른 산, 정갈한 물,

파란 하늘, 반짝이는 별을 갖고 있는 청정지역도 드물 것이다.

우리 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황사요, 초미세먼지요,

수질오염이요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아우성을 치지만 연변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긱하면서 생활할 수 있으니 이야말로

연변사람들에 대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름다운 환경에 걸맞지 않는 가끔은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몰상식한 행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며칠전 설 련휴 때 대련에서 연길에 와서 며칠 지낸

친구를 공항까지 바래다주게 되였다.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웬 50대의 택시기사와 30대의 남자승객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티격태격 다투고

있었다.

“에잇, 더러워서! 설이라고 택시비를 더 받는 곳은

연길 밖에 없는 것 같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여직껏 연길은 깨끗한

도시라고 자부하면서 조선족자치주 수부에서 사는 것을 무척 뿌듯하게 생각했었다. 설이라고 택시기사가 료금을 더 요구한 게

분명했다.

핸들을 잡고 돌아올 때 그 30대 승객의 볼부은

소리가 내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에잇, 더러워서!…”

물론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한 도시의 문명수준은

택시문화가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택시기사들이 연변의 형상을 흐리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답답해서 나는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휙

불어들었다. 문득 지난해 로씨야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크로아티아축구팀이 조국으로 귀환하는 화면이 떠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화 속의

풍경 같은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도, 눈부신 바다도, 앙증맞은 주황색지붕의 독특한 건축물도 아니였다. 바로 자국의 축구팀을 환영하려고

자그레브의 반옐라치치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인파, 그들의 뜨거운 함성과 흥분된 얼굴들이였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크로아티아 국가텔레비죤방송국에서

전하는 ‘특대뉴스’였다. 지방과 외국에서 더 많은 크로아티아인들이 수도에 오게 하기 위해 철도공사에서 기차표값을 절반이나 ‘파격할인’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항공사에서도 택시회사에서도 련달아 가격을 낮추었다! 또 광장 부근의 가게들에서는 생수며 맥주며 빵이며 아이스크림을 열광하는

팬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었다!

크로아티아는 오랜 세월 참혹한 전쟁을 겪다 보니

유럽에서도 가장 빈궁한 나라의 하나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 기회에 상품을 무더기로 팔아 횡재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나라의 영예와 민족의

자부심을 함께 누리면서 나눔과 베품의 미덕을 보여주고 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축제의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어디 그 뿐인가. 눈부신 활약으로 준우승을 한

크로아티아팀은 국제축구련맹으로부터 2,300만유로(인민페로 2억원 남짓함)의 묵직한 상금을 받게 되였는데 국가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이 상금

전액을 전국 각지에 있는 유소년축구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거액의 상금을 받은 후 감독과 선수들이 우선 생각한 것은 고급아빠트도 호화려행도

풍성한 파티도 아니였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유니폼, 축구화, 축구공도 변변히 갖추지 못하고 열심히 뛰면서 축구꿈을 꾸고 있는 불우한

유망주들이였다! 그들은 눈앞의 리익 대신 조국의 미래를 생각했고 이루어놓은 성적보다 래일에 창조할 후배들의 또 하나의 ‘기적’을 꿈꾸고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우리 주위 일부

사람들은 혈안이 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수도물이 하루만 오지 않으면 그 부근의 상점들은 1, 2원짜리 생수를 10원씩 받고 판다.

정전이 되면 몇원씩 하는 초도 부르는 게 값이다. 선진국에서는 식료품을 고를 때 유효기가 가까운 식품에 손이 먼저 가지만 여기서는 유효기가 많이

남아있는 식품을 고르느라 물건을 들고 올리보고 내리보면서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다.

우리는 어디까지 왔는가? 이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려야 할가?…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말라고 또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연변적 선수들이 타팀으로 이적하지 말라고 웨치고 또 웨친다. 진정 인재들이 홀가분한 심정으로 귀향하여 따뜻한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두팔을 벌려 뜨겁게 맞이할 준비가 되여있는지?

맑고 깨끗한 물과 푸른 산도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요,

인재들을 흡인할 수 있는 ‘매력덩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문적 환경이라 생각한다. 물보다 더 깨끗하고 산보다 더 푸른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심성을 보여줄 때 우리의 연변은 비로소 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청정지역으로 되지 않을가?…

차창 밖으로 밤하늘의 별들만이 말없이

반짝인다…

길림신문/ 장수철(《청년생활》잡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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