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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여기, 이렇게…—‘지행자문집’ 편집 후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4.26일 13:36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70, 80 후의 삶, 앎, 꿈》

 



리은실

(북경 민족출판사

조문편집실 편집)

지행자문집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70, 80 후의 삶, 앎, 꿈》이 드디어 출판되였다. 출판사 입사 10년 이래 이런 저런 책들을 편집했고 또 책임편집을 맡고 보면 어떤 책이든 다 소중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남달랐다.

내가 〈지행자〉 위챗계정의 편집인 동시에 이 책의 책임편집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그리하여 어떤 글은 계정에 낼 당시에 편집하느라 몇번 읽어보고 책임편집을 맡아 열번 정도 읽다보니 거의 암기를 낼 지경에 이르렀다.

십수번을 읽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감동이였던 글들이 많았다. 몇몇 글은 다섯번 읽을 때까지울었던 적도 있다.

나는 이른바 창작도 하는 글쟁이 편집임을 자처한다. 친한 친구가 늘 나에게 “글을 안 써서 그렇지 쓰면 너보다 잘 쓴다.”고 하며 롱을 걸어오군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전문’ 글쟁이임을 어필하곤 했다.

〈지행자〉의 글들을 보면서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우리 주변에는 정말이지 “안 써서 그렇지 쓰면 잘 쓰”는 사람이 많고도 많았다. 이른바의 ‘전문글쟁이’가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였다.

책의 저자들은 전문 작가들이 아니다.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는 조선족남자, 윁남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는 조선족녀자, 분식집을 꾸리는 젊은 새댁, 일본이나 한국 등 지에 뿌리내린 사람들, 대도시에서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대학교수들…제각각이다.

그들은 어떤 명예욕이나 대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조용히 전해준다.



민족출판사에서 출판한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70, 80 후의 삶, 앎, 꿈》

〈사라져버린 조선족마을의 이야기〉는 만족인 아버지와 한족인 엄마를 둔 작가가 조선족들 뿐인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커오며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적은 글이다. 작가는 쭉 조선족학교를 다녔고 우리말로 이 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 없는 참신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작품 〈순둥이〉는 어렸을 적 키우던 ‘순둥이’라는 개에 대해 쓰고 있다. 개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를 빗댄 ‘인성’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라고 보여지는 이 글은 섬뜩하리만치 랭정한 묘사가 압권이였다.

작품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지다〉는 외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우리 민족의 장례식 전통에 대해 소상히 적고 있다. 사실을 핍진하고 구수하게 엮은 이 글은 장례식 전통을 소개한 교과서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 〈할매랑 화투 놀래?〉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변훙스’와 화투를 례로 들며 조선족교육의 현상황을 따분하지 않은 명쾌한 필치로 적고 있다.

〈나는 연변말이 ‘써거’ 좋다〉는 론문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구나 하는 인상을 준 글이였다. 우리의 사투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연변말이 사랑스러워지기도 했다.

작품 〈우리말? 일본말〉은 일본에서 어린애를 키우고 있는 젊은 녀성이 쓴 글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아이에게 우리 말을 가르쳤는지를 저자는 조곤조곤 얘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소중한 우리말을 끝까지 지켜갑시다!”라는 호소도 없고 “다들 이렇게 하십시오.”하는 계몽도 없다. 그저 친절하고 소박하게 자신의 경험을 썼을 뿐이었다.

작품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본류학 기간에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늘 그렇듯 편안히 읽히는 글에는 정서적 강요가 없다. 저자는 “나 이렇게 고생했어요.”, “나 이렇게 착한 사람이에요.” 하는 보여주기식 표현 하나 없이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담담히 적는다. 행간으로 읽히는 어린 나이에 외국땅에서 겪은 고생이 막 피부로 다가와서 여러 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셋집아리랑〉, 편집하면서 제일 많이 울었던 글이 이 글일 것이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와서 무려 열다섯번에 이르는 세집 이사이야기를 저자는 유머러스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키득거리며 웃다가 종내는 코마루가 시큰해나는 글이였다.

〈고맙다 베트남〉은 윁남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는 제니라는 작가의 글이다. 윁남이라는 나라를 료해하려면 바이두(百度)에 검색을 해도 됐을 것이고 백과전서를 펼쳐봐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윁남에서의 자기 생활을 담담하게 재미있게 터놓는 작가의 이 글에서 ‘윁남’이라는 나라를 더 가깝게 리해하게 되였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후세들에게 우리 이 세대는 어떤 세대로 남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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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후 세대는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학교에서 마음껏 공부할 자유마저 빼앗겼다. 그리고 억척스레 일해 고향의 발전을 온몸으로 일구어낸 세대이다. 60후 역시 문화대혁명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대학시험제도가 회복되여 대학공부를 할 수 있었던 세대이다. 60후 세대 역시 고향땅 건설에 땀동이를 쏟으며 고생한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70후, 80후 세대는? 

우리에게는 거대담론이 없다. 

공부도 할 수 있을 만큼 했고 문명의 혜택도 많이 누린 70, 80후 세대는 외국으로, 대도시로 본격적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세대이다. 그런 70, 80후 세대는 이제 더 이상 그 전 세대와 같은 곡조의 노래를 부를 수 없다. 우리의 생활양식은 많이 달라졌다.

따라서 이 책은 70, 80후 세대가 “여기서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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