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여섯 번째 사과문
친인척·측근 비리에 "모두 내 불찰"…직접 쓴 원고 4분간 읽으며 두 번 고개 숙여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그리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문을 읽는 동안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사과는 이 전 의원이 기소되는 주말께 이뤄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갑자기 앞당겨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58분 청와대 회견장인 춘추관에 오기에 앞서 1시15분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알렸다.
이 대통령은 직접 쓴 육필 원고를 꺼내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그는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곤 “답답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제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곧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느냐.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위기도 거론했다. 그는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엔 온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하다”며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나 심기일전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또한 저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마무리했다. 4분쯤 걸렸다.
이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사과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가슴을 칠 때가 있다”고 했었다. 이 밖에 2008년 촛불 시위 때 두 차례, 2009년 세종시 수정안과 2011년 4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때 한 차례씩 사과했었다. 이번이 취임 후 여섯 번째 사과인 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아들 현철씨가 구속수감되자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며 사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세 아들 비리로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두 차례 간접 사과했고. 그해 6월엔 직접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주 “죄송하다”고 말했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선자금에 대한 자기 고백이 없었고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사과가 없어 매우 실망”이라고 비판했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