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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과 절도찬양 영화가 흥행하는 나라

[기타] | 발행시간: 2012.08.01일 10:22
<김헌식 칼럼>도둑을 찬양하는 문화, 생산을 하지 않는 문화

◇ 영화 '도둑들' 포스터.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시사회장이 난리였다. 극찬이 쏟아졌다. 흥행은 따놓은 트로피나 다름없었다. <다크나이트라이즈>가 폭풍 흥행으로 쾌속질주하는 가운데에도 역시 다른 한국영화와 달리 압도적인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둑들>이 정말 그렇게 넋 놓고 보면서 극찬할 대상이 될만한 영화일까. 우리 사회가 어느새 이상한 논리와 사고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데 익숙해졌음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영화제목 대로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내용의 압축은 마카오 박(김윤석)의 말에 있다. 왜 잔인한 웨이홍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려 하냐고 묻자 미카오박은 이렇게 말한다.

"똥구덩이에서 연꽃 한번 피우려고 하는 거다."

진흙에서 연꽃이 난다. 더럽고 추악한 곳에서 성스럽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진흙구덩이는 똥구덩이가 되었다. 마키오박의 말은 도둑의 소굴에서 도둑 걸 훔친다는 것. 이런 간단한 내용으로 긴 시간을 풀어내는 것이 재미를 줄법하다. 선량한 사람들의 돈이나 보물이 아니라 이미 도둑놈들의 재물을 훔친다. 그렇게 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격은 지갑에서 나온다."

뽀빠이가 점잖게 굴라고 말하자, 마카오박이 한 말이다. 인격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갑에 돈이 두둑해야 나오는 법인 것이다. 인격을 고매하게 만들려면 돈을 만들어야 한다.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기 위해 마카오박이 선택한 것은 도둑의 것을 훔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따라 미카오박은 똑같이 당한 바가 있다. 이전에 뽀빠이와 펩시, 마카오박이 금괴를 공동으로 절도했지만 뽀빠이가 줄을 일부러 잘라 마카오박만 죽을 뻔했다. 태양의 눈물을 다시 같이 훔칠 때 마카오박은 지난날의 잘못을 캐물었다.

"줄을 왜 잘랐어?"

뽀빠이(이정재)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둑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마카오박은 도둑이고 도둑끼리 다시 훔칠 수 있는 거라는 말이다. '똥구덩이에서 연꽃을 피운다.' 적어도 뽀빠이는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인격을 찾는 미카오박은 과연 연꽃을 피웠을까. 고매한 중생 제도의 노력을 연꽃으로 파워올렸으면 좋으련만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다.

기껏 태양의 눈물을 훔쳐 결국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라는 코드로 뽀빠이같은 질 낮은 도둑과 거리를 우려한다. 의적이라는 코드를 내세워 버리면 아마 관객이 식상해보이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을까.

이 영화에서 핵심은 똥구덩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이다. 누가 도둑이고 도둑이 아닌가. 부정한 축재와 소유의 경계를 명확하게 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도둑것을 훔쳐도 된다는 논리는 자의적이다. 더구나 그 물건을 자신을 위해 훔친다는 점은 더더욱 연꽃과는 거리가 멀다. 부자들의 것은 부정축재이니 가져와도 되고, 대기업의 소유물도 착취한 것이니 슬쩍해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웨이홍이 경찰에 잡히도록 유도한 점은 부수효과이다. 완전 악당의 딱지에서 벗어난다. 그러니 관객은 범죄자를 응원하게 된 자신을 용서하고 스스로 북돋우게 된다. 어느새 자부심을 갖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생산을 하지 않는다. 생산이 아니라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어쨌든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귀재들이다. 남이 가지고 있는게 불법이니까 나도 불법을 저질러 슬쩍 가져와 편하게 먹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카오박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생각이었고, 이는 영화 <미쓰 고>의 부패형사 반장이 하던 말이다.

사적 복수와 절도의 경계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말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개기는 거야"

태양의 눈물 절도 프로젝트에서 팀원으로 역할이 없다는 말이 나오자,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씹던껌이 펩시(김혜수)에 물었을때 그녀가 한 말이다. 자신이 옳다고 개기는 게 인생이다라고 할 때 남이 뭐라건 미명을 내세워 범죄행위를 우기면 되겠다. 도둑을 찬양하며 남을 도둑이라하며 그들의 것을 가지려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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