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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술 왜 안받아” 전문의가 女의사에게…

[기타] | 발행시간: 2012.08.04일 03:00
■ 여의사 늘면서 병원내 성추행도 심각

“회식 자리에서 교수님이 여자 전공의의 외모를 비교하고 얼굴이 예쁜 순서대로 자리를 지정해서 앉혔습니다. (저보다 위인) 전문의는 술을 받지 않는다며 제 치마를 찢은 적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데 선배 의사가 ‘야, 이년아’라고 말하고 물건을 던졌습니다.”

“임신을 했을 때 축하는커녕 레지던트 2년차에 임신을 해야겠냐는 타박을 들었습니다.”

여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 교수 또는 선배 의사가 모욕감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지만 대부분은 쉬쉬하고 넘어가 개선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전공의 631명을 대상으로 의료계의 폭언이나 폭행실태를 조사했더니 285명이 피해경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본보가 이 자료를 검토해 보니 여자 전공의들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남자 전공의들이 대부분 폭언이나 폭행을 언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여자 전공의들은 의도적인 신체 접촉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 △수치심을 느낄 만한 부위를 만졌다 △일부러 몸을 살짝 더듬는다는 식이었다.

성희롱은 회식자리에서 자주 일어났다. “술자리에서 야한 농담을 하며 특정한 신체부위를 거론했다. 당시는 막 전공의가 된 시기여서 당황했고 울었다. 선배 의사들이 이 일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아서 그냥 사과를 받고 끝냈다. 그러나 이 일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아있다”(전공의 A 씨)

“술자리 이후 전문의가 다음 장소로 옮기자고 했습니다. 이제 그만 집에 가셔야 되겠다며 제가 택시에 태우려 했습니다. 그러자 ‘씨×. 전공의 주제에 가자고 하면 가는 거다’라며 욕을 했습니다.”(전공의 B 씨)

여의사의 비율은 1980년 13.6%에서 2010년 22.6%로 크게 늘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인턴은 32%가, 전공의는 35%가 여자다. 이처럼 여의사가 늘어나면서 성희롱과 성추행 사례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자의사회가 2010년 여자 전공의 12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8.6%는 가끔, 0.6%는 자주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대부분 남자인 의대 교수나 선배 의사의 권한이 커서 여의사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

피해자들은 △네가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데에 방해를 하겠다 △전공의를 못하게 만들겠다 △내가 (널) 어떻게 해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문조사에서 밝혔다.

전공의 C 씨는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는 무사하고 사실을 발설한 피해자만 더 다치게 된다. 윗사람이 아무리 부당한 일을 해도 의사 사회에서 윗사람을 이길 순 없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공의 D 씨는 “피해를 당해도 어디다가 얘기할 곳이 없다. 다른 교수님들도 모르는 게 아닌 데다가 불이익이 무서워서 행동에 나설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현재의 교육체제에서는 피교육자가 교육자를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전공의에 대한 폭력은 점차 구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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