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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제]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한계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0.04.20일 15:11
오늘의 화제

○윤윤진(산동대학교 동북아학원 교수)

 며칠전에 요즘 류행하고 있는 고놈의 코로나19 때문에 두달 남짓이 집에 처박혀있던 갑갑한 마음을 풀겸 산책 나갔다가 만개한 개나리, 복숭아, 살구 꽃들,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처럼 갑갑했을 친구들에게 잠시나마 기분전환이라도 될듯 싶어 사진 몇장 렌즈에 담아 모멘트에 올렸더니 전에도 그랬듯이 아는 분들이 많이 봐주어 꽤나 기분이 좋았다. 댓글을 포함해서 누구누구 보았나 싶어 살피던 중 내 눈은 장엽(章葉)이라는 이름 두자에 와 멈췄다.

장엽, 지난해에 석사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무한으로 간 내 학생이다. 키는 크지 않으나 예쁘장하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당찬 계집애다. 졸업하고 계속 박사공부나 했으면 하는 생각과 달리 집에서 얼른 시집 가라고 독촉이 성화라면서 졸업해 무한으로 훌쩍 떠나간 애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이래 무한이나 호북에 있는 친구나 동료들에겐 간간히 안부를 전해 보았으나 학생들에게는 선뜻 련락이 어려워 누구누구는 거기에 있는데 어떻게 보내지 하는 정도로 머리를 굴려 보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호북 효감(孝感)에 있는 학생과 련락이 닿아 어떠냐고 물었더니 졸업해 무한에서 일하다가 심수로 가려고 작별인사 차 효감에 있는 집에 왔다가 그만 호북 전체가 봉쇄되여 지금은 그냥 집에 눌러앉아있는데 자기

와 가족은 모두 무사하다고 하였다. 그래도 조심하라고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인사를 하고 장엽의 생각도 했는데 이 장엽이 내 모멘트에 올린 사진 몇장을 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친 김에 별 도움이 안되지만 그래도 사생간의 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애한테 위챗을 날렸다.

“너,장엽이구나. 지금 어디냐?” 원래는 “너 지금 무한이냐?”라고 물었어야 하는데 왠지 그 말이 선뜻 나가지 않았다. 이상하다. 그런데 계집애 쪽에서 오히려 “저 지금 무한이예요”라고 당찬 대답을 했다. 머리에서 나는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사이 무한이란 이름이 가슴에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너 지금 어때?” 묻는 사람은 다급했지만 계집애는 당찬 모습과 마찬가지로 “저 지금 아주 잘 지내요”라고 하면서 코로나 사태 후 무한의 한 아빠트단지에서 출입자들의 체온을 체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흰옷으로 전신무장한 사진 한장을 큼직한 하트와 함께 보내오고 선생님께서 관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였고 오늘은 무한 봉쇄가 풀리는 날이라 기분이 좋지만 방역은 끝나지 않아 계속 출입자들을 체크하고 있다고 하였다.

자그마한 계집애의 당찬 모습과 생각과는 다른 상황과 분위기에 나는 저으기 위안이 되였지만 현재 젊은이들의 책임감과 정신력에 큰 감동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특히 90후 세대에 대해 우리에게는 이러저러한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엽과 같은 90후 세대를 보면서 그들도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는 세대라는 데 퍼그나 감동되였다.

누군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인간들이 오래동안 짐승들을 울안에 가두어두고 못살게 굴었으니 그 보응이 이제 인간에게 찾아와 인간을 집안에 가두어놓고 못살게 구는 것이라고 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뜻인데 말한 사람은 우스개로 하였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얼마간 수긍이 가는 말이다.

사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다. 자연에서 왔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면 자연은 인간의 모태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에서 나온 그 날부터 야욕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타자로 보고 못살게 굴었다. 사실 자연은 타자가 아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보면 자연 파괴가 바로 인간손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보응으로 지금 자연이 인간을 보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가. 자연은 언제나 자연 그 원시상태를 회복하고저 하는 습성이 있고 그 습성과 섭리에 따라 운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개변코저 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연을 개조하려고 한다. 여기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이 생긴다.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의 모순은 인간의 소유욕 즉 욕심에서 오며 인간의 자연 파괴와 자연 무시에서 온다.

인간과 동식물의 관계도 사실은 여전히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속한다. 이 관계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되여야지 자연의 섭리와 의지를 어긴다면 보복 나아가서는 크나큰 재앙을 피치 못할 것이다. 최근년간 지구와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진이나 해일, 그리고 지구온난화, 엘니뇨 현상 등은 모두 자연의 섭리를 어긴 데서 나타나는 것이며 이번 코로나도 그 기원이 진정 박쥐라고 하면 그것은 여전히 인간의 식욕, 인간의 비리성적인 관습에서 기인된 것이다. 앞으로 인간의 이러한 관습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러한 욕(欲)이 독이 되여 동물 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종류의 코로나 혹은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인 코로나가 인간을 습격해 이번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은 절대 가상이나 상상력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의 욕을 조절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생 가능한 예측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기전 필자는 우리 인간의 힘, 인간의 지혜,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해 락관적으로 생각했다. 과학은 일사천리로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며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4차 혁명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공업혁명의 출현에 인간의 앞길은 창창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나 이 사태를 대처하는 인간들의 방식을 보고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기지의 세계와 미지의 세계의 비중은 참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은 참으로 가소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였다.

우리는 이 세계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바로 세계다. 지금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것도 끝없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 우리 상상 밖의 우주에 대해 사실 우리는 왕왕 세계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 또한 부족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보여주듯이 사실 우리에게는 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저 미니세계가 있다. 거대한 우주, 그 반면에 있는 이 미니세계도 절대로 우주에 못지 않은 일개 거대한 세계일 것이며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무한대의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허다한 병균, 바이러스, 독물 등등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저 바이러스의 세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과학은 이제 시작이고 우리는 이제 그 빙산의 일각 밖에 파악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인간이란 고급동물이 21세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가장 원시적인 방식, 자연 격리의 방식으로 밖에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에 필자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한계를 다시 한번 절감하였다, 물론 그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필자는 은연중 이딸리아의 작가 보카치오의 《십일담》을 여러번 떠올렸다. 그것은 이 작품이 바로 이딸리아 플로렌스에 류행하던 온역을 피해 자연 격리 형식으로 향촌의 한 별장에 가있던 10명의 남녀들이 매일 저녁 이야기를 하나씩 하는 형식 즉 액자형 구성으로 되였기 때문이리라.

요즘은 미국이 아득하게 앞서 있지만 중국외에 유럽에서 가장 급속도로 코로나가 류행한 곳이 바로 이딸리아였기에 그러한 생각이 더 집요했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십일담》이 1348년의 일이라는 점이다. 1348년 그 때로부터 오늘 2020년까지 무려 672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바뀌였지만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예나 제나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인간이 자연을 전승할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특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런 바이러스에 정말 속수무책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연에 대한 탐구를 그쳐서는 안된다. 안되는 줄 알면서, 그럴지도 모르면서 그러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며 그것에 도전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인간다운 자세가 아닐가?

이번 코로나 사태도 그러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 인간은 분명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앞으로도 속출할 것이며 기필코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그렇다고 노력과 탐구와 자연을 정복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굽힌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며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을 저버리는 것이다. 무한한 자연의 섭리 앞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알맞게, 그리고 지혜롭게 자연을 정복해나가는 여기에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 있는 것이 아닐가 필자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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