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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투비>, 시대착오적인 모방 ‘무리수’

[기타] | 발행시간: 2012.08.16일 10:04
- < 알투비 > , 짝퉁만 남은 CJ블록버스터의 '전통'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우리도 할리우드 영화 같은 걸 만들자."는 몇십 년 동안 한국 영화인들의 최종목표이고 꿈이었다. 하긴 누가 이런 목표를 비난할 수 있을까. 누가 뭐라건 할리우드는 영화 역사가 시작된 뒤로 늘 세계 최상급의 상품을 만들어내던 곳이었다. 모든 영화들이 할리우드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할리우드 영화 같은 어떤 것'은 여전히 좋은 목표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미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 쉬리 > 는 할리우드 영화가 되고 싶은 충무로 영화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기술적 퀄리티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적 상황과 할리우드식 스토리 텔링이 결합되자 썩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왔고, 이는 곧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 쉬리 > 이전과 이후를 보라. 한국에서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자신감 차이는 엄청나다. 의지만으로 모든 걸 할 수 없는 것처럼, 자신감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이는 좋은 발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표라도 도가 지나치거나 집착이 심해지면 재미가 없어지고 의미도 허약해진다. 이미 박찬욱이나 김지운과 같은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마당에, "할리우드 영화 닮은 걸 만들자"를 고집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여전히 이 방향을 남겨놓는다고 해도 목표는 보다 섬세한 무언가여야 한다.

물론 난 지금 소위 CJ 블록버스터로 알려진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예만해도 < 7광구 > , < 마이웨이 > , < 연가시 > , <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 가 있고 곧 < 타워 > 도 나올 예정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비슷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그대로 모방하는데, 단지 무대가 한국이고 주인공이 한국사람이며 신파이다. 결과물은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형편없을 수도 있지만, 이 공식 자체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이번 주에 개봉된 < 알투비:리턴투베이스 > 를 보자. 척 봐도 이 영화는 < 빨간 마후라 > 의 속편이 아니라 < 탑 건 > 의 모방작이다. 정지훈이 연기하는 태훈이, 톰 크루즈가 연기한 매버릭의 짝퉁을 의도했다는 걸 부인하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 아마 유준상은 아이스맨일 거고, 김성수는... 음,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되니 그만하는 게 좋겠다.

모방이 나쁜가? 그렇지는 않다. 위에 언급된 영화들은 모두 장르물인데, 장르물이란 처음부터 선배들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방이란 행위가 없다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장르이다. 게다가 한국 무대와 한국인 주인공이라면 < 탑 건 > 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 탑 건 > 을 모방하는 행위 자체는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 적어도 원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옹호를 해주려고 해도, < 알투비:리턴투베이스 > 는 조금 지나치다. 여기서 지나치다는 것은 모방이 노골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있긴 하다. 나오는 장면마다 분명 다른 어딘가에 (그것이 꼭 < 탑 건 > 은 아니더라도) 레퍼런스가 이미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하지만 문제는 '무언가를 모방했다'가 아니라 모방의 과정이 지나치게 건성이라는 것이다. 까짓거 어차피 다 보이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흉내내도 괜찮다.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있다. 그 흉내가 만들고 있는 영화에 올바른 논리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게 안 된다.

영화의 배경을 보자. 근미래의 한반도다. 당연히 < 탑 건 > 이 그리는 80년대 미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주인공 앞에서 크게 터진다. < 탑 건 > 에서처럼 동쪽 어딘가에 있는 막연한 적국으로 얼렁뚱땅 처리할 수가 없다. 우린 지금 그런 곳에 산다. 당연히 디테일의 추가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건 꽤 까다로운 작업이다. 진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 창공에 산다 > 에서처럼 간첩선 한 대 때려잡고 좋아라 할 수도 없다. 뭔가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런 고민이 전혀 없다. < 탑 건 > 의 공중전을 모방할 생각은 했다. 서울 상공에서 공중전을 벌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딱 멈추어 버린다.

대충 상황을 보자. 남북화해 모드에 통일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매파 북한군이 쿠데타를 터트린다. 이들은 귀순을 위장한 조종사를 남쪽으로 보내 여의도 고수부지 주차장을 폭격하고, 미국에 핵미사일을 날릴 준비를 한다. 뭐,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왜 그렇게 여의도 주차장에 증오심을 품고 있는지, 해봤자 공멸이 뻔한 작전에 왜 그렇게 목을 거는지는 설명해야 한다.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가. 남한 조종사 한 명이 북한에 낙오했고, 주인공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해야 하고, 남한 정부는 그 작전을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하여간 할 일이 엄청 많다. 조종사 낙오만으로도 영화 한 편을 찍겠다. 그런데 영화는 그 이야기들을 제대로 다룰 시간이 없다. 주인공 태훈의 연애 이야기와 기타 사생활을 그리느라 앞의 1시간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 탑 건 > 의 전통을 따르려고 그랬나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두 영화의 배경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영화가 뭔가 하다말고 중간에 주저앉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맥락도 없는 생뚱맞은 액션신들만 허공 중에 떠 있게 된다.

앞에 나오는 연애담 및 기타 사생활이 재미가 있다면 그럭저럭 봐주겠다. 하지만 ' < 탑 건 > 을 열심히 모방하자'라는 목표는 이마저도 망쳐놓는다. 작가들은 태훈을 매버릭 짝퉁으로 그려놨다. 까짓거 이해한다. 하지만 80년대 미국식 알파 메일의 흉내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조금만 흔들려도 매력적인 수컷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민폐 짐승으로 넘어간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할 일이다.

그런데 태훈을 보라. 이 친구의 개성은 오만방자하고 책임감과 생각이 없다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그냥 상존하기 싫은 인간이다. 이런 인간들을 가져다 놓으면 매버릭과 비슷해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가 매력적인 어떤 인물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오리지널과의 대비와 짝퉁의 향기 때문에 더 처절하게 못나 보인다.

생각해보니 이건 CJ 블록버스터의 전통이기도 하다. 매력이나 개성이 결여되어 있고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기껏해야 희미하게 불쾌한 수준인 주인공들. 이것이 그들이 '토착화'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본 한국인들은 얼마나 재미없고 따분한 사람들인가. 액션 앞에 이런 주인공들을 내세워 시간만 잡아먹는 연속극 신파를 푸는 것이 토착화라면 그걸 굳이 해야 하는가.

암만 생각해도 관심의 문제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CJ 블록버스터는 모두 장르물이다. 그리고 장르물은 그 영역에 관심이 있는 팬들과 전문가들의 열성과 애정에 의해 지탱된다. 하지만 CJ의 기획에서 이들은 쏙 빠져 있다. 최근 나온 그 영화들을 보라. 이들 중 과연 장르 전문가, 아니 심지어 장르에 희미한 관심이라도 있는 감독이 참여한 작품이 하나라도 있는가? 심지어 그들 중 몇 명은 기자간담회에서 장르에 관심도 없으며 싫어한다고 고백하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억지로 만든 영화들이 딱 이런 수준인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 알투비:리턴투베이스 > , < 탑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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