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누구한테 이야기할 수도 없고…."
나눔로또 콜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로또를 구입했다던 중년여성.
이 여성은 전화를 하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울음을 멈추질 않았다. 콜센터 상담사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전화를 먼저 끊을 수는 없다. 전화를 건 중년여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고 상담사는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했다.
사연은 이랬다.
중년여성은 남편과 사별후 20여년간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갖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하루벌어 사는 것이 힘들던 어느날 우연히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됐다는 것.
갑작스럽게 생긴 큰 돈 때문에 행여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두려웠지만 한편으론 놀라운 소식을 누군가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콜센터 상담사에게 그간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1등에 당첨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상담사도 여성의 사연을 듣고 끝내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눔로또 고객센터엔 황당한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모 방송국의 인기프로그램 담당 작가는 콜센터로 전화해 로또 티켓이 정말 불에 타지 않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상담사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해 이를 답답히 여긴 상담사들이 퇴근 후 모여 실제 로또 티켓에 불을 붙여봤다. 당연히 종이 재질로 이뤄진 로또 티켓은 불에 약했고 사무실에 큰 불이 날 뻔한 사건도 있었다.
조작을 의심하는 문의도 나눔로또 고객센터엔 하루에 단골 메뉴다.
한 고객은 현재 나눔로또 추첨 방식이 조작될 수 있다며 본인이 추천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상담사를 괴롭혔다.
그가 주장한 방식은 검은색 비닐봉지에 추첨볼 45개를 넣은 후 참관인들이 돌아가며 당첨볼 1개씩을 뽑은 방식이었다. 이렇게 추첨하면 조작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했지만 상담사는 "참고하겠다"는 말로 고객을 안심시키고 전화을 끊었다.
한편 나눔로또 고객센터엔 하루에 60~70건, 한 달 기준 약 2000건의 문의 전화가 온다. 고객들의 하소연은 물론 로또 당첨금 수령 장소, 등위별 당첨금, 추첨방송시간 문의, 1등 다수 배출 판매점 위치, 신규 판매점 운영방법 등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최익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