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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레 덜컹거리던 산간벽지에 장백산고속철이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2.02.11일 09:04
  

  ㅡ장백산 아래 어느 로부부가 들려준 ‘길’에 담긴 이야기



  장백산 아래에 사는 김은호, 남영자 로부부가 고향에 들어선 고속철역 앞에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길부터 먼저 닦으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장백산고속철이 개통식을 가진던 날, 안도현 현성과 200여리 떨어진 장백산 아래 영경향 조양촌에 사는 82세의 김은호로인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모처럼 영경역을 찾아 그 뜻깊은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나무가 울창했던 수림 속에 꿈에도 생각못했던 기차역이 건설되여 돈화방향에서 달려오는 고속렬차가 속도를 줄이며 서서히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보는 김로인은 산간벽지 고향산천의 변화가 그저 꿈만 같아 감개가 무량하기만 했다.

  현성으로 한번 떠나려면 일주일씩 트럭을 기다려야

  금년에 82세에 나는 김은호로인과 79세에 나는 남영자할머니, 두 로부부는 장백산 아래에 자리잡은 안도현 영경향 조양촌이라는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길에 대한 말이 나오자 로부부는 “말도 마오. 옛날에는 현성인 명월진에 한번 가려면 차를 꼬박 일주일씩이나 기다려야 했다오.”라고 교통이 비할데 없이 불편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 교통도구는 뻐스가 아닌 트럭이였으며 그것도 처음엔 목탄을 태우는 자동차였는데 화부가 쉴새없이 불구멍을 쑤시지 않으면 아리랑고개를 올라가다가도 차가 힘이 없어 턱하고 멈춰서기 일쑤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부를 ‘쑤시개’라는 별명을 달아주기도 했다.



  고향의 ‘길’에 얽힌 옛말을 들려주는 로부부.

  “후에 ‘해방패’ 트럭으로 바뀌였소. 이도백하 쪽에서부터 사람들을 태우면서 오는데 도중에 다 찬단 말이요. 그러면 집에서 5리를 달려가서 영경에서 그 차를 타려고 해도 헛물만 켜고 돌아와야 했지. 이틀날에 나가도 사람들이 꽉 차서 또 못 타는거지. 이렇게 계속 한 일주일씩 뛰여다녀야 요행 얻어 걸리군 했다오.”

  현성에서 일을 보고 돌아올 때에도 고생은 마찬가지, 새벽 세시부터 나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옛날에 여기 사람들은 운전수를 그렇게도 부러워했지뭐요. 현장보다 더 대단하게 봤다니까. 오죽하면 아들 둘을 낳으면 하나는 꼭 운전수로 만들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겠소.” 김은호로인은 웃으면서 허구했던 그 옛날을 회억한다.

  240리를 걸어서 마을 첫 대학생이 된 오빠

  남영자할머니의 오빠는 금년에 83세에 나는데 조양촌이 서서 마을에서 처음으로 나온 대학생이다. 영경향에 중학교가 없던 시절 1950년대에 현성 명월진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으며 고중공부는 연변1중에서 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로부부가 사는 집 바로 앞으로 아스팔트길이 시원하게 지나가고 있다.



  옛날 마을 모습과 마을 중간을 지나간 흙길, 이때의 길은 닦아서 그나마 괜찮을 때라고 한다.

  “오빠는 명월진에서 기숙사에 있으면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집으로 돌아올 때 걸어서 오군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240리를 걸어서 말입니다. 그래도 공부를 유별나게 잘해서 연변1중에 입학하고 나중에 우리 마을에서 처음으로 대학까지 갔지요.” 남영자할머니가 오빠가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한다.

  연길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는 남영자할머니의 오빠는 전화통화에서 그때를 회억하며 “1954년에 현성 중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했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면 새벽 세시에 길을 떠났습니다. 하루에 다 못가기 때문에 백칠팔십리를 걸어서 만보라는 곳에 도착해 친구집에서 하루밤을 묵고 이틀날에 또 50여리를 부지런히 걸어서 집에 도착하군 했지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배가 고팠지요. 집이 그리웠습니다.”라고 하며 그 당시의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200여리를 걸어 돈화에 가서 참군한 김은호로인의 형님 김주호, 길림 화피창 전오가자전투에 참가해 대공을 세우고 부대를 따라 남창까지 진군했다.

  “저의 형님 김주호도 마을에서 200여리를 걸어 돈화에 가서 참군했지요. 길림 화피창 전오가자전투에서 대공을 세우고 부대와 함께 남하하여 강서성 남창까지 진군했다가 후에 조선전쟁에서 희생되였습니다.” 김은호로인은 70여년 전에 형님이 남창에서 부쳐온 몇통의 편지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이면서 그해 청명쯤에 살을 에는 강물을 바지가랭이를 걷어 올리고 건너서 참군길에 오르던 형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김은호로인 마을 앞산에 올라가 장백산고속철 건설 모습 지켜보며 감격



  마을 뒤로 지나간 장백산고속철.



  영경역으로 고속철이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김은호, 남영자 로부부가 사는 집 바로 앞으로 아스팔트길이 시원하게 빠져서 지나고 있다. “이 길이 옛날에는 흙길이였는데 비가 한번 내리기만 하면 진흙탕으로 변하고 너무 험해서 차를 모는 운전수들은 물론 소수레를 모는 우리 농민들도 싫어할 정도였지. 지금은 소수레가 덜컹거리며 다니던 흙길이 신작로가 돼서 차들이 씽씽 통하고 마을에서 뻐스가 서서 현성은 물론 돈화와 이도백하도 마음대로 갈수 있어 얼마나 편리하다구. 시내로 나갈 일이 있으면 전화 한통이면 택시가 집 앞까지 와서 싫어가지. 근데 또 이 두메산골에 장백산고속철까지 통하다니 정말 감탄할수 밖에 없수다.”

  몇년전에 장백산고속철이 영경향을 지나 이도백하까지 통하며 새로 기차역이 들어선다는 희소식에 김은호로인은 기쁨과 감격을 금할수 없었다. 그래서 80세의 고령도 잊고 어린이들처럼 마을 앞산으로 혼자 올라가 시공일군들이 측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길을 빼고 다리를 놓고 레루를 까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진지하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산에서 돌아와서는 할머니에게 오늘은 건설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신나게 ‘회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장백산으로 통하는 고속철은 건설자들의 주야로 되는 로동으로 김은호로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진척이 빨랐다.

  지난해 12월 24일 장백산고속렬차가 드디여 개통식을 가지게 되였다. 그날 김은호로인은 아들, 며느리를 앞세우고 카메라를 챙겨가지고 모처럼 영경역을 찾아나섰다. 아들이 운전하는 자가용에 앉아 새롭게 건설한 시원한 포장도로를 따라 기차역으로 가는 김로인은 하염없이 창밖을 내바봤다. 그리고 기차역에 이른 로인은 말없이 오래도록 나무색을 칠한 작지만 아담한 산간벽지 고향의 고속철역을 정겹게 바라봤다.

  “이제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 로부부는 장백산고속철을 타고 돈화에 가서 륙정산풍경구에 구경을 한번 다녀오려고 하오. 200리가 되는데 30분이면 금방 간다고 하니 참 대단하잖소. 세상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수다. 점점 살기 좋은 세상이요.”

  장백산 아래 산간벽지의 작은 마을에서 석양을 불태우며 행복한 만년을 보내는 김은호, 남영자 로부부, 이제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어느 봄날에 두분이 손을 꼬옥 잡고 고향의 장백산고속철에 앉아 즐겁게 나들이를 한번 떠나 좋은 추억을 만들기를 기원한다.





  움김치를 꺼내서 손님을 대접하는 김은호, 남영자 로부부.



  60년전, 결혼 초에 살았던 집 앞에서.



  김은호로인이 장백산 박달나무로 깎아 만든 다듬이방치와 절구,할머니는 지금도 애지중지하며 쓰고 있다.



  김은호로인은 옛날에 통신원으로 있으면서 고향의 소식을 전했다.















  마을의 오래된 사진과 형님이 군대에 있을 때 남창에서 보내온 서한을 오늘까지 아껴 보관, 우리민족의 력사를 알아가는 소중한 자료다.





  장백산 아래에 사는 로부부의 집으로 한국 연예인 최불암선생도 다녀갔었다.

  출처:길림신문

  편집: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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