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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석양 노을을 바라보면서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2.06.05일 22:23
석양은 저무는 해를 말하고 노을은 해빛에 물들어 빨갛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로인들을 바로 지는 해 석양이라 일컫는데  50년대에 출생한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이 행렬에 들어섰다. 하여 마음 한 구석이 좀 서운한 느낌이 들지만 허나 넋 놓고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만 부를 것이 아니라  반드시 대안을 세우고 새롭게 새 출발하면서 시대에 걸맞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생동한 두 로인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이에 대한 공동한 인식을 가져봤으면 한다.

아침 건강 체조를 하면서

지난 3월초의 주말 아침이다. 식구들 다 휴식하기에 한국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아침시장에 갔다. 가는 도중 마트 광장 앞에서 중년 아줌마 건강체조팀이 멋지게 운동하는 것이 보였다.

여지껏 이 시간에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을 몰랐다. 나는 마치 누가 부르기라도 한듯 인츰 두 줄로 선 끝머리로 갔다. 그런데 웬걸, 앞에는 몽땅 아줌마들인데 난데없이 년세가 80여세 넘어보이는 할아버지 한분이 하던 동작을 멈추고 나더러 자기 앞에 서라며 식지로 가리키는 것이였다.

‘할아버지? 이상해!’ 내가 그의 뒤로 가려하니 할아버지는 기어이 자기 앞에 서라며 자기는 뒤로 물러선다. 할수 없어 그 대로 서서 하는데 몇 소절  따라 하고 보니 생각과 달리 힘들었다. 

‘뒤에선 할아버지가 제대로 할가?’ 마침 옆줄의 아줌마가 전화 받으러 나가고 그 자리가 공석이였다. 난 인츰 건너가 할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할아버지 하는 것을 곁눈질해봤다. 근데 얼마나 곡에 잘 맞추어 하는지 외려 내가 배워야 했다.

얼마 후 11절까지 운동이 끝났다. 성질이 급한 난 인츰 할아버지하고 년세부터 물어보았다. 할아버지는 귀가 좀 어두울 뿐 아주 유쾌한 분이였다. 한족이고 35년생으로 87세, 7년째 이 팀에 하루도 빠짐 없이 나오며 저녁에 광장무를 추신 지도 10년 된단다. 집에서 만년필 글자 쓰기 련습도 열심히 하신단다. 

‘와―너무 멋지신 할아버지시구나!’난 미안했다.

하여 이튿날 아침체조가 끝나고 할아버지 같이 댁으로 갔다. 할어버지 마누라는 십년전에 돌아가시고 아들 며느리와 같이 생활하는데 며느리가 할아버지 칭찬을 많이 했다. 아직까지는 뭐든지 혼자하는 습관이고 생활에서 규칙성이 강하여 절대 낮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단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혼자 우유에다 삶은 계란 하나  잡수시고 아침 건강 체조하러 가시고 그것이 끝나면 집에서 꾸준히 만년필 글 쓰기를 련습하고 점심 후 또 동네 한바퀴 돌고 저녁엔 역시 광장무 추러 가신단다. 

‘할아버지 최고!’, 며느리의 말을 들을수록 존경심이 갔다. 난 할아버지 안방에 가서 22절 필기장 11권에 쓴 만년필 글자 쓰기 련습장을 보았다. 주로 고전력사 이야기와 항일전쟁의 진실한 이야기를 그렇게 반듯하게 잘 베껴쓰셨다.

그중의 한권은 완전히 종합지식 보물고였다. 신분증에 있는 각 성, 시를 대표하는 첫 수자를 화북, 화동, 화중, 화남, 동북, 대만, 향항, 오문지구로 나누어 기록하였고  중국기관(奇观)에 대하여서도 어느 성을 막론하고 그 명칭과 개요(概要)에 대하여 131개 소 문장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록하였다. 난 인츰 나의 고향인 흑룡강성 녕안 경박호에 대해 쓴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더니 아주 상세하게 씌여져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음이 허전하여 안정을 찾으려고 시작한 것이 바로 이렇게 만년필 글씨베껴쓰기였는데 처음엔 련습 삼아 학생들의 련습장에 쓰다가 나중엔 비닐로 덧 씌운 영구적 필기장에다 고금중외의 중요한 소설 대목과 우에서 설명한 중국기관(奇观) 같은 이런 공구 자료들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이런 연고로 할아버지는 하루 생활이 너무 즐겁고 활기 있으며 아픈 곳이 없고 기억력도 상당하단다…

솔직히 다수 로인들은 더우기 할아버지들은 하루종일 할일이 없어 서성거리는데 이 할아버지는 할일이 너무 많아 걱정이란다!

89세 간병인 할아버지

한 청춘남녀가 백년가약 맺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오손도손 서로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친구 엄마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로 정형외과병원에 입원하여 병문안 갔다가 89세 할아버지가 숙련된 솜씨로 간병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전라도 여수에 사시는 이 로인부부가 결혼 63년차 작년에 할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게 되였다.  처음 할아버지 자식들도 다른 집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다 직장 다니기에 엄마 간병을 할수 없는 상황이였다. 하여 돈을 내여 간병인을 찾으려했지만 할아버지가 꼭 당신이 해야 시름놓으신다며 끝내 할아버지가 간병하게 되였다.

처음 할아버지는 보호자가 너무 년세 많아 병원에서 간병 못하게 할가 두려워 나이를 85세라고 속이였다. 며칠 지난 후 할아버지가 이실직고하여  전 병원의 특대 뉴스가 되였다. 병원이건립되여 남녀 불문하고 년세가 제일 높은 간병인이고 거기에다 간병 수준도 제일 높은 특수한 보호자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사실이지 89세 고령이면 간병은 커녕 나 혼자 생활 자립하는 것도 너무 벅찬 일이다. 그런데 이 여수의 할아버지가 주동적으로 그 힘든 간병일을 도맡아나서는 것은 결혼 60여년간 그들의 사랑은 빈말과 형식에 그친 것이 아니고 진정 페부로부터 심혈들여 쌓아올린 사랑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친구는 마치 자기 아버지 일처럼 더 기뻐하며 할아버지 간병하던 경과를 다 이야기 해준다.

할머니 수술 첫 날, 허리수술환자가 3, 4일은 반듯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하는 규칙에 따라 할아버지는 할머니 머리만 약간 돌려놓고 밥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떠드리는데 진짜 갓난아기 밥 먹이듯 했다. 물병의 물을 떠올 때도 더울가 차가울가 걱정되여 몇 번씩 마셔보며 온도를 장악했고 한줌씩 되는 약을 복용할 때도 한알 한알 입안에 넣어주고 또 물도 마시게 하였다. 이외로 시간 맞추어 환자 대소변 배설, 음식물 섭취를 체크하여 기록하고… 암튼 젊은 간병인도 힘들다하는 일이다.

할머니가 소변 줄 뽑고 화장실로 다녀야 했다. 그런데 빈 몸도 아니고 링게르병을 주렁주렁 큼찍한 뽈대에다 걸고 그외에 한 병실 환자들이 사용하는 워크, 네발 지팡이,  간병인 보조 침대 등 여러가지 기구들이랑 많은 것을 다 피해가며 할머니를 모시고 화장실을 다니 자니 얼마나 고생이 막심하겠는가! 그래도 할아버지는 전혀 고달픈 내색 없이 너무 명심하여 처음 며칠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단다. 진짜 어느 전문직 간병인보다 어느 자식보다 더 살뜰히 대해주어 이런 사랑을 듬뿍 받은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 회복도 너무 빨랐다.

내가 할아버지하고 간병하시기 지겹고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이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어요. 63년을 같이 살아온 마누라인 데 요만한 것도 못하면 안되지요. 앞으로도 쭉 이렇게 같이살아야 겠는데 …”라고 했다. 난 인츰 말머리를 돌려 할머니더러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인사를 하시라 했더니 할머니도 찬스를 맞춰 인츰 머리 우로 하트 모양을 올리면서 “이렇게” 라고 해 온 병실이 하하하 웃음보를 터뜨렸다. 

래일이면 실을 뽑고 모레면 퇴원하신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두분의 얼굴엔 깊이 패였던 주름살이 다 가셔지고 저녁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홍조가 떠올랐다. 난 일편단심 민들레 오누이 같은 두분의 모습을 찰칵 렌즈에 담았다. 

“세상에 부러움 없는 잉꼬부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젊음이란 나이가 어리여서가 아니고  반대로 나이가 많다 해도 늘 청춘인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도 70 고개를 바라보지만 마음은 늘 청춘이고 싶다.

세상 일은 마음 먹기에 간다고 길면 20년, 까닥하면 한순간인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 해빛중 더 아름답고 찬란한 저녁노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

딸랑딸랑 폰 알람이 아침 건강 체조 시간을 알린다. 그 88세 할아버지 같이 한 줄에 서서 건강 체조하려고 난 기분 좋게 달려간다.

/ 김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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