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지 4년이 지난 김 모(29)씨는 최근 출신학교인 성균관대 동창회부터 황당한 편지를 한 통 받게 됐다. 김 씨도 모르는 사이 총동창회의 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졸업 후 동창회 활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김 씨는 이사로 선임됐다는 사실에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편지를 읽어나갔다.
“존경하는 김ㅇㅇ님! 이사로 선임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로 시작되는 편지에는“임원직에 대한 수락 및 거절 의사를 1주일안에 밝혀주길 바라며, 거절 통보가 없으면 허락하는 것으로 간주 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찜찜한' 동창회 이사직 선임 통보, 거절 통보가 없으면 수락
해외로 5일동안 휴가를 다녀온 김 씨가 편지를 받은 날짜는 이미 기한을 넘긴 시점이라 졸지에 학교 동창회 이사가 된 것이다.
김 씨는 당장 편지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왜 이사로 선임된 것인지 물었고 “직능 대표회로부터 추천을 받았다”며 “이사가 되면 매 년 1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한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김씨는 “아무런 회신을 안 하면 거절하겠다고 봐야 하는 게 정상인데, 답변이 없으면 수락하겠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동창회 이사직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불쾌한 심정을 토로했다.
◈4,000명에게 뿌려진 10만원짜리 이사직 취재결과 해당 대학 동창회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4,000여명에게 이사직 선임 축하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편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 해당 학교 동창회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무조건 이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수신이 없는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확인 전화를 걸어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거절 통보가 없으면 허락하는 것으로 간주 하겠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빠른 회신을 위해 본의 아니게 (해당)문구를 쓰게 됐다”며 “수락했으면 하는 기대치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동창회의 회칙에 따르면 최대 3,000명까지 이사로 선임할 수 있으며 이사가 되면 동창회장과 감사위원 등 임원 선출에 대한 투표권을 갖게 된다.
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이사로 선임되면 매 년 10만원의 회비를 내야한다. 이 때문에 동창회에서 운영비를 쉽게 거두기 위해 수천명에게 이사직 선임 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동창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큰 불만이 제기되지 않아 관행처럼 서신을 보냈다”며“서신을 받은 사람이 기분이 나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노켓뉴스 CBS 조태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