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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폭행범 사진 오보, "다음은 당신 사진"

[기타] | 발행시간: 2012.09.03일 18:43
이미 체포된 피의자 얼굴 공개가 그렇게 급했나?

"다음 조선일보 1면은 여러분의 프로필 사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위터 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간 한 트윗이다. 내 얼굴이 '성폭행범' 사진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대부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지난 1일 <조선일보>가 '나주 성폭행범'이라고 지목한 사진은 한 개그맨 지망생의 사진이었다. <조선일보>는 피의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미니홈피 등을 뒤져 발견한 사진을 1면 톱에 실었다. 사진에는 "지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의 사진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사진이 게재된 이후 피해자는 자신의 사진이 도용됐음을 호소했다. <조선일보>는 2일 사과문을 내고 경찰과 주민 10여 명에게 얼굴을 확인했지만 피의자 당사자에게는 확인하지 못한 채 사진을 게재했다고 인정했다. 뒤늦게 피의자가 "이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사진의 주인공은 이미 "죽고 싶을" 정도로 욕설과 비난을 받은 뒤였다.

▲ 조선일보가 고종석 씨 사진이라고 내보냈던 사진. 현재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로 오보 인정 기사에 올라와 있다. ⓒ조선닷컴

특종 경쟁의 끝은 오보와 자극된 대중적 분노

전문가들은 언론의 지나친 특종 경쟁과 선정주의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진단한다. 무리한 피의자 얼굴 공개가 오보를 불렀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아직 수배 중인 것도 아니고, 이미 체포된 사람의 얼굴을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빨리 내보낼 필요가 있느냐"며 "이는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해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겠다는 의도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오보 사과문을 통해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흉악범의 얼굴을 보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1일자 신문 발행에 맞춰 시간 내에 보도해야했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지난달 31일 밤 11시에 '오보 사진'을 찾아내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피의자 주변 사람으로부터 "본인 여부를 확인한" 사실은 시간이 매우 촉박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피의자 얼굴을 한시라도 '빨리' 공개하려는 경쟁이 공익이나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가는 또 다른 의문으로 남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일부 언론이 체포된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해왔지만 지난 몇 년간 강력범죄는 전혀 줄지 않았다"며 "얼굴 공개는 경찰에 이미 잡힌 피의자의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심리를 자극하고 대중의 분노를 발산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조선일보는 3일자 지면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날에는 오보의 원인을 강력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경찰 탓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010년 4월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예로 들며 고종석 같은 강력범죄자는 법적으로 경찰이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이 나주 성폭행 사건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건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찰의 '흉악범 얼굴 공개'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정도"라고 경찰을 질타했다.

이미 체포된 피의자 얼굴 공개가 공익에 부합?

경찰이 얼굴을 공개했다면 <조선일보>는 오보를 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익'이라는 쟁점이다. 박 변호사는 피의 사실을 부인한 피의자가 알고 보니 '무죄'인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소 전에 피의자의 얼굴이 공개되면 여론재판을 받아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그 전까지는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프라이버시를 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보도가 공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얼굴 공개에 예외를 둘 수 있다. 피의자가 수배 중인 경우 등이다. 이는 이번 '나주 성폭력' 보도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다. 박 변호사는 "이미 체포된 사람의 경우 '이렇게 생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구나'라고 확인하는 것 외에 더 이상의 '앎'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이런 공개는 알권리를 충족하기보다는 또 다른 공익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깰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범죄보도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그때 알려야 할 정보는 범죄수법이나 범죄성향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사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굳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지난 2009년 '강호순 사건' 이후로 신문윤리강령을 개정해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언론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현행범과 공인인 경우를 빼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를 촬영하거나 사진을 보도할 수 없다는 규정을 13년 만에 폐지한 것이다. 2009년 이후 여러 언론사들이 피의자의 얼굴을 기소 전에 앞다퉈 공개해왔다.

해법은 없을까. 박 변호사는 범죄가 확실시 된 뒤인 기소 이후에 얼굴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소가 되면 자동으로 공개 재판이 이뤄지기 때문에 피의자의 얼굴도 공개된다는 것이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는 검찰과 경찰이 피의 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비슷한 규정을 언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사무국장은 "이미 체포된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아무런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피의자의 동의 없이 얼굴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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