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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21]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2.12.30일 14:24
13년전 내몽골 나이만치(奈曼旗) 커얼친(科尔沁) 사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계속 바쁜 일정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신년공휴일을 맞게 되여 끝없이 쏟아져 쌓이는 일 때문에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해진 정신줄을 잠시 풀어놓고 목적지도 없이 별렀던 일도 없이 훌쩍 떠난 홀가분한 려행이였는데 우연히 사막에 도착하게 되였다. 커얼친사막은 모래산으로 이어진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일망무제한 사막이였다. 모래들은 바람에 따라 쉴 새 없이 내물처럼 남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모래에 반쯤 파묻혀버린 페기된 마을을 보는 순간 나는 사막에 나무를 심어 모래의 잠식을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9년 한국 명지대학교 박준호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리는 봄에 커얼친사막에 가서 함께 사막에 나무를 심기로 약속했다. 2009년 4월 16일, 박교수가 거느린 한국자원봉사자단체‘황막사(황사를 막는 사람들)’회원 28명과 내가 인솔한 중앙민족대학의 22명 자원봉사자들이 바인타라에서 합류하여 중한우호 사막방지 식수활동을 펼치면서 우리는 5년간 함께 내몽골과 녕하 사막에서 나무를 심어왔었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였다. 드릴로 사막에 구멍을 뚫은 뒤 기계를 뽑아내는 즉시로 나무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땐 나무를 인차 심기도 전에 모래가 구멍을 메워 두번, 세번 다시 심어야 했다. 게다가 바람이 기승을 부리며 휘몰아쳐 황사가 입안에 날려들어갔고 지어 양말안까지 비집고 들어갔다. 바로 이렇듯 렬악한 환경에서 두 나라 자원봉사자들은 누구 하나 얼굴을 찌프리지 않았다. 그중에는 70여세 로인이 있는가 하면‘암’진단을 받고서도 한국에서 달려온 50대 녀인도 있었고 박준호교수는 손목뼈가 상했어도 묵묵히 식수조림에 참여하였다.

박교수는 일찍 1999년부터 중국의 사막에 와서 나무를 심어왔고 2010년에는 나의 추천으로 중국 최고의 환경보호상‘2010년도 록색중국 초점인물 국제공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녕하회족자치구 령무시 백급탄국가급자연보호구에서 열린‘중한우호림’제막식 현장(오른쪽 네번째 저자)./신정자기자 찍음

그러던 2012년, 마침 녕하회족자치구에서 재직하고 있는 내 제자를 만나게 되여 그의 소개로 나는‘전국사막방지영웅(全国治沙英雄)’령무시 백급탄(灵武市白芨滩) 사막방지림장의 왕유덕 국장을 만나게 되였다. 왕국장은 나를 데리고 백급탄모우쑤(白芨滩毛乌素) 사막을 구경시켰다. 찌프차가 덜컹거리며 제일 높은 모래산 정상에 올랐을 때 나는 눈앞에 펼쳐진 사막풍경에 놀랐다. 내가 커얼친사막에서 본 것처럼 모래산들이 이어져 일망무제한 사막을 이루고 있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이곳의 사막은 밀짚을 모래에 심어 만든 1평방메터로 된 정방형의 격자(草方格)들이 마치 그 넓은 사막을 그물로 씌워놓은 듯 했다. 격자가 모래의 움직임을 막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 아무리 거세여도 사막은 정지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격자들은 일일이 인공으로 모래에 고정시켰다고 왕국장은 설명했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는 평생 여기에 와서 나무를 심어야되겠다고 결심했다.

왕국장은 림장 중심지역의 800무 사막의 식수를 나에게 맡긴다고 했다. 거기에는 밀짚격자가 이미 심어졌고 풀 씨를 뿌려 모래를 고정시켰으며 사막싸리 같은 관목도 일부 심어져있었다. 사막식수를 위한 모든 기초작업이 준비되여있는 셈이였다.

나의 주선으로 박준호 회장과‘전국사막방지영웅’칭호를 받은 녕하 령무 백급탄사막방지림장의 왕유덕(王有德,회족) 국장, 이 두 중한 사막방지영웅이 손을 잡았다. 이로써 2012년부터 3년간 한국의‘황막사’회원들과 중국의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산하 단체 회원들은 령무(灵武)시‘백급탄국가급자연보호구’모우쑤사막에서 소나무를 심어 ‘중한우호림’을 조성했다. 금년에 조성 10주년을 맞이하는‘중한우호림’은 길게 이어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록색 장벽중심에서 황사를 막으려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자원봉사자들의 끈기와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한 량국 국민간의 우정을 다이아몬드같이 새겨넣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 림장의 왕흥동(王兴东, 회족) 현임 국장, 위몽(몽골족) 부국장,송건국(한족) 총경리 등 국적, 민족과 신분이 다양한 중한 량국 사람들이‘중한우호림’- 사막방지 식수활동에 분분히 가담하면서 두 나라 인민과 중국 여러 민족들이 함께 써가는 황사방지 식수조림의 감동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사막화 방지와 생태 개선은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초월하는 전 인류의 공통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국민 간의 우정은 량국 협력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밑거름이 된다. 신화사 기자가 중한수교 30주년을 맞이해 백급탄국가급자연보호구관리국 위몽(魏蒙) 부국장과 나를 함께 취재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위몽 부국장은“최근 몇 년간 우리는 나무를 심으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우정은 매년 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중한 량국 자원봉사자들이 백급탄에서 식수행사를 펼치고 있다(왼쪽 네번째 저자)./신정자기자 찍음

2014년 한국자원봉사자단체의‘황막사’활동이 결속된 후에도 우리는 계속 황사를 막는 식수활동을 지속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모우쑤사막에 가서 계속 나무를 심게 되였다. 환경보호는 중국 각 민족들의 공동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관심하는 사업으로 사막화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백급탄국가급자연보호구관리국은 우리를 위해 큰 식수기념비석-‘중한우호림’을 특별히 세워주었다. 그 기념비석에는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조선민족발전전문위원회와 길림신문사 그리고 한국의‘황막사’ 등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2015년, 중국 국가림업국은 이 기념비석을 중심으로 6만 6천무의 사막을 국가급 사막공원으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중국 유일의 사막방지전시관을 우리의 식수지역 바로 옆에 세워줬다. 그 전시관에는 우리의 식수전시판도 개설되여있다.

2020년 12월, 녕하회족자치구 은천시는 백급탄국가급자연보호구관리국을‘은천시민족단결진보시범단위’로 지정했다. 이것은 그동안 녕하의 한족, 회족, 몽골족과 조선족 등 여러 민족 인민들이 사막방지를 위한 식수활동을 손잡고 함께 견지해 온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개에 따르면 매년마다 만명이 넘는 전국 각 성, 시에서 온 방문단과 견학단 그리고 유엔에서 조직한 세계 각국의 대표단들이 백급탄국가급사막공원을 방문하면서 공원에 세워진 기념비석과 사막방지전시관을 참관하고 간다고 한다. 그들을 통해 환경보호를 위한 우리 조선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 인민들의 노력과 성과가 전국과 전세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위몽 부국장은 “녕하의 인민들은‘기념비석’,‘전시관’을 세우는 등 이런 특수한 방식으로 녕하의 사막방지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동참해준 조선족 유지인사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환경보호는 중국 여러 민족이 공동으로 관심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인류가 주목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막에 가서 나무를 심는 것은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구축, 인류운명공동체 건립을 위한 사회실천이며 이 역시 인생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보귀한 경력이다.

/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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