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이 월드컵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 8월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갔다. 런던에서 울려퍼졌던 태극 전사들의 연이은 승전보는 열대야만큼이나 국민들의 밤잠을 설치케 만들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어받은 한국은 64년 만에 올림픽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지난 1948년 런던 땅을 밟으며 올림픽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이후 총 8번의 본선 무대를 밟는 동안 2004년 아테네올림픽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그리고 구자철, 기성용, 김보경, 박주영, 정성룡, 김창수 등 역대 최고의 황금세대로 구성된 홍명보호는 청운의 꿈을 안고 런던올림픽에 출전,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기어코 목에 걸고야 말았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수장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은 지난 2009년 U-20 월드컵(8강)을 기점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3위), 2008 베이징올림픽(조별리그 탈락)서 쓰라린 아픔을 경험했다.
3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멤버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주축 선수들 만큼은 그 아픔을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한 채 런던올림픽 시상대 위에 서는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토록 간절했던 꿈을 기적같이 이뤄냈다. 3년 전부터 런던올림픽 무대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제 그 올림픽 영광의 주인공들이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월드컵으로 그 무대를 한 단계 격상시켜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려 한다.
한국은 오는 11일 오후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올림픽의 활약이 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에 A대표팀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던 구자철, 기성용, 김보경, 박주영, 정성룡을 비롯해 박종우와 윤석영, 황석호가 새롭게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젠 지난 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다. 무대는 달라졌지만 목표는 명확하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다. 현재 2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한국은 우즈벡전서 승점 3점을 확보한다면 본선행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1무1패로 벼랑 끝에 몰린 우즈베키스탄도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만은 아니다. K리그서 뛴 경력이 있는 제파로프, 카파제, 게인리흐 등의 뛰어난 미드필드진은 한국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다.
여기에 전술의 구심점인 구자철이 지난 1일 샬케 04와 경기서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오른쪽 발목 인대 일부가 끊어지며 대표팀에서 이탈한 상황이기에 남은 선수들은 축구화 끈을 더욱 조여매야 한다.
올림픽 주역들 중 공격진의 박주영-김보경, 허리의 기성용-박종우, 수비 라인의 정성룡-윤석영은 선발 출전이 기대되는 자원인만큼 이들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할 수 있다.
불과 한 달 전 올림픽서 보여줬던 경기력과 투지, 정신력을 아로새긴다면 우즈벡은 못 넘을 산이 아니다. 우즈벡 원정길서 하늘 높이 울려퍼지는 태극 전사들의 승전보를 기대해본다.
OSEN 이균재 기자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