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팩스(미 버지니아주)=로이터/뉴시스】유세진 기자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서 강조했던 보수적 입장을 포기하고 중도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롬니를 "롬네시아"(Romnesia : Romney와 건망증이란 뜻의 amnesia를 합친 합성어)라고 불러 롬니는 건망증에 걸렸다고 간접적으로 비꼬았다.
롬니는 지난 3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핵심인 의료보험 개혁과 정부 규제 개혁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하면서 선전함으로써 토론 전 오바마에 비해 크게 뒤쳐졌던 지지율 격차를 크게 만회하면서 올해 미 대선을 다시 박빙의 접전 양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2차 토론에서는 활기 없게 보였던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롬니에 승리를 거두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오바마는 이날 접전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가진 선거 유세에 운집한 약 9000명의 군중들에게 롬니가 자신의 보수 성향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롬니는 자신의 입장을 잊고 자신의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롬네시아'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군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1차 TV 토론 이후 몇몇 접전주에서 큰 차이로 앞섰던 리드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 뉴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는 여전히 아이오와주와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8%포인트와 6%포인트 차이로 롬니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로이터와 입소스가 매일 발표하는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는 46% 대 43%로 롬니에 3%포인트 앞선 것으로 19일 조사됐다.
여기에 이번 미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경제 문제와 관련, 이날 발표된 실업률 통계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접전주들로 꼽히는 플로리다와 네바다, 오하이오, 아이오와주에서 실업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지니아주의 실업률은 5.9%로 석 달째 변동이 없었다.
오바마는 이날 낙태 문제와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을 놓고 롬니의 입장 변화를 맹렬히 추궁했다. 그는 롬니가 과거 낙태를 불법화하겠다고 말했다가 이제는 여성들의 선택권을 보호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으며, 상위 1%의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주장했다가 이제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 계획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고 "롬네시아에 걸린 롬니는 체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롬니 선거 진영은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해가 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반격했다. 롬니 진영의 바버라 컴스톡 의원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임기 4년 동안 경제가 어려워지고 높은 세금과 실업률, 빈곤의 증가로 겪은 고통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고통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 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의 이름을 갖고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바마는 과거 롬니의 부자 감세안을 '롬니후드'(Romney Hood)라고 부르며 롬니가 서민들의 돈을 빼앗아 부자들을 도우려 한다고 비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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