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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여성 옷차림 충격! 짧은치마 아니지만…

[기타] | 발행시간: 2012.11.08일 01:19
미국 미워하면서 영어공부는 왜 “그게 미국말입네까, 세계어지”

청바지 입는 사람들 있나 “이곳에도 날라리들 많습네다”

Computer 읽어보라 했더니 미국식으로 “컴퓨~러” 발음

“요새는 연애결혼이 70~80% … 이혼하면 사람 취급 못 받아”

평양 금성제1중학교 여학생이 손때 묻은 영어 교재를 펼쳐 보이고 있다. 붉은색 소년단원 머플러를 두르고 모범소년단원 배지와 학교 교표를 달았다(왼쪽 사진). 세련된 스타일의 젊은 여성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걸어가고 있다(오른쪽 위). 외국인 관광객에게 북한 전통 건강의약품을 설명하고 있는 판매원(오른쪽 아래).

북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말투도, 복장도 다른 우리들을 경계할 게 분명할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우리 일행이 ‘재미동포’라고 먼저 말을 걸면 대체로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기념사진을 함께 찍자고 해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한번은 평양 시내를 걷다가 음악이 요란한 곳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결혼식 피로연이었다. 술도 한잔씩 걸치고 흥이 오르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당신 뭐냐’고 내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노는 모습을 보니 우리들보다 훨씬 잘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 테이블에 다가가 “재미동포다. 보기 좋아서 구경하고 있다”고 했더니 반색한다. 그러면서 신랑은 군인이며, 결혼식 후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세워진 만수대 언덕에서 웨딩 촬영을 한다는 얘기며,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 재미나게 피로연을 한다는 등 서슴없이 얘기를 꺼내 놓는다.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니 좋다며 응한다.

 열차 안에서 만난 사업가 부인이라는 여성에게 “낯선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사회주의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람들과는 달리 순진해 그렇습네다”며 웃었다.

 학생이건 성인이건 공부 열기가 대단했다. 등굣길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단어를 외면서 길을 걷는다. ‘영어련습문제’ ‘영조단어장’이란 표지가 눈에 띈다. 미국을 미워하면서 왜 그렇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영어가 미국말입네까, 세계어지요.” Computer라고 종이에 써서 읽어 보라고 했더니 미국식으로 “컴퓨~러”라고 발음했다.

평양 시내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어린이들. 빨강·분홍 등 원색 계열의 밝은 옷차림이다.

 30~40분 걸어서 학교나 일터로 가는 게 기본이라서 길거리 공부는 흔한 풍경이다. 걷는 게 건강에 좋다고 나라에서 장려한다고 했다. 대동강변에서는 한 여성이 “고려의학 공부를 한다”며 경락과 경혈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내밀기도 했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청년은 『세계체육비화집』을 읽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이 책과 함께 『금메달을 위한 비밀 전쟁』 등 체육서적이 인기란다. 국제적인 성과를 거둔 예체능인에겐 노란색 번호판의 승용차를 내준단다.

 선물가게의 한 여직원이 낡은 중국어 회화책으로 공부하길래 “그 책보단 훨씬 좋은 회화책이 있는데 선물로 줄까” 했더니 반색한다. “남조선 책입네까? 책이 참 예쁘단 말입네다.”

 신의주역 출국장에선 짐 검사를 하던 검사원이 내 짐 속의 한의학 책을 유심히 보며 관심 있다길래 가지라 했더니 좋아라 하며 사인까지 해 달라고 한다. 이 사람들 순진한 건지, 당돌한 건지. 남한책을 거리낌 없이 받는 북한 사람들, 의외였다. 이렇게 가져갔던 책 두 권은 북한 동포들에게 즐겁게 빼앗겼다.

 한 선물가게에 오후 6시쯤 들렀다. 물건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다. 여직원(북한에선 봉사원이라 부른다)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왜 표정이 좀 어두우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오늘 첫 손님입네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단 말입네다”고 했다. 요즘 큰 행사가 없어 해외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사회주의에서 장사가 잘되건 안 되건 무슨 상관있을까 싶었다.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 조(팀)의 책임량이 있단 말입네다. 그걸 못하면 생활비(월급)가 깎인단 말입네다”며 입을 삐죽 내민다. 생활비 많이 받으면 뭐 할 거냐는 말에 “예쁜 게 얼마나 많습네까. 못 사서 속상합네다”며 일행 손님들을 많이 데려와 달라고 간청했다.

 기업 단위마다 수익의 일부는 국가에 내고 나머지를 봉급 개념으로 직원들에게 나눠 주기 때문에 매출을 많이 올리려는 노력들은 어느 가게건 있다고 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똑같이 대우받는 획일적인 보상체계의 사회주의는 이미 아니었다. 일종의 인센티브제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젊은이들과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상업학교를 나온 한 여성(27)은 “요새는 연애결혼이 70~80%는 된다”고 했다. 청바지를 입느냐고 했더니 “여기도 날라리 많습네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혼은 별로 없단다. “이혼한 사람은 사회에서 사람 취급을 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혼할 생각도 잘하지 않고 나라에서도 허가를 잘 안 해 줍네다.”

 북한을 몇 차례 찾은 바 있는 일행들은 여성들의 옷맵시가 많이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종아리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은 거의 없지만 가방이나 세련된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적지 않다. 열차에서 만난 한 청년은 “일하는 날과 노는 날의 복장은 완전히 다릅네다. 요란한 색깔의 옷 입고 일하러 가면 망종 취급 받습네다”고 했다.

 이념학습 탓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거침없었다. 민감한 주제엔 대응도 비슷했다.

 “난 자본주의에 살라 하면 못 살겠습네다. 우리 조국은 집과 먹을 것을 주는데 자본주의는 다 자기가 벌어야 하지 않습네까. 고거 조마조마해서 어째 삽네까.” “(탈북자들은) 잘살아 보겠다고 다른 나라로 떠난 사람들 아닙네까. 남조선에도 이민 나간 사람들 죄다 탈남자 아닙네까. 더 많지요?” “자본주의 사회에는 거지도 많고 자살도 많다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거 없습네다.”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휴대전화를 보관했다가 출국할 때 돌려주는 나라지만 휴대전화는 이미 주민들의 일상이 된 듯했다. 통화하며 걷는 풍경은 이미 흔하다. 3년 전 본격 보급되기 시작해 100만 대가 사용 중이며 매년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 한다. 다만 아직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보진 못했다.

 “젊은 령도자 때문에 사람들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습네다. 사회가 활기차단 말입네다.” 이런 말 여러 번 들었다.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또 곳곳에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세상에 부럼 없어라’는 슬로건이 보였다. 세계 최빈국 부탄이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으로 나온다는데 북한 주민들의 행복도 지수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중앙일보 글·사진=LA중앙일보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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