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이 킬힐을 벗었다. 사진은 '아이스크림' 무대를 꾸미는 현아. 스포츠조선DB
걸그룹이 달라졌다.
걸그룹의 필수 패션 아이템 중 하나는 킬힐이다. 키를 커 보이게 할 뿐 아니라 각선미를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 그래서 수많은 걸그룹이 발톱이 깨지거나 빠지고, 발 모양이 기형으로 변하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12~14㎝의 킬힐을 착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엔 킬힐을 벗어던지는 걸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디유닛. 스포츠조선DB
먼저 스피카는 '아윌 비 데어' 활동 당시 운동화를 착용했고, MBC '위대한 탄생' 출신 이미소가 소속된 글램도 멤버 전원 운동화를 신었다. 오렌지캬라멜도 '립스틱' 활동을 하면서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EXID는 '아이 필 굿' 활동 당시 민소매 티셔츠와 숏팬츠, 운동화로 캐주얼한 패션을 선보였다. 최근 '러브 유'로 컴백한 디유닛 역시 하이탑을 신고 무대에 오른다. '아이스크림'을 발표한 현아는 평소 구두에 강한 애정을 드러내 왔으나 이번 활동을 통해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과감히 킬힐을 버렸다. 구두를 '아가들'이라고 표현해 '신상녀'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서인영조차 운동화를 신은 채 무대를 꾸민다. 이밖에 지나 손담비 NS윤지 원더걸스 등도 운동화 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걸그룹이 킬힐 대신 운동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컨셉트'와 '퍼포먼스' 때문이다. 서인영 현아 오렌지캬라멜 등은 캐주얼한 패션을 통해 대중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운동화를 선택했다. 서인영은 "평소에도 운동화를 신는다. 요즘 조던 운동화에 꽂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렛츠 댄스'가 신 나는 댄스곡이라 운동화를 신고 춤과 무대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아 역시 '핫이슈' 이후 처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무대를 꾸민 것에 대해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이번엔 편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 운동화를 신었다"고 밝힌 바 있다.
퍼포먼스에 주안점을 두고자 운동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킬힐을 신은 채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하다 보면 시청자도 아슬아슬하지만, 부상 위험도 크고 신발에 신경이 쓰여 제대로 춤을 출 수 없기 때문. 디유닛 람은 "우리 안무는 동작도 크고 파워풀하다. 점프 동작도 있고, 거의 보이그룹 댄스에 가깝다. 킬힐을 신고는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안무다. 그래서 절대 구두는 신지 않는다. 데뷔 때부터 한 번도 구두를 신고 무대에 선 적이 없다. 운동화가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킬힐은 높은 굽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하고, 무대 바닥 재질에 따라 미끄러질 때도 있다. 또 가끔 사이즈가 제대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 억지로 발을 밀어 넣거나, 테이프로 발과 신발을 함께 감는 임시 방편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럴 땐 아무래도 무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반면 운동화를 신으면 멤버들도 안정감 있게 무대를 꾸밀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화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션과 각선미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선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깔창이나 '마법의 신발'을 선택한다. 깔창은 주로 5㎝ 미만의 에어깔창을 애용하며, 발바닥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아예 숨겨진 굽이 있는 마법의 신발을 신기도 한다. 실제로 현아는 싸이 '강남스타일'과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에서 신발 안에 5㎝의 굽이 숨겨진 디자이너 슈즈브랜드 슈콤마보니 2012 F/W 하이탑 스니커즈 라인을 신은 바 있다.
패션을 위해 운동화를 특수 제작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예전엔 시중에 판매되는 하이탑 운동화를 그대로 신는 경우도 있었고, 협찬도 많이 받았다. 협찬을 받더라도 요즘엔 컨셉트에 맞춰 특수 제작을 한다. 호피 무늬나 색다른 색을 조합하기도 하고, 포인트 아이템을 달기도 한다. 전문 업체에 맡길 수도 있지만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자체 제작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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