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 살인 혐의로 55년만에 기소된 잭 맥켈러(왼쪽)와 7세에 실종되어 시신으로 발견된 리돌프의 생전 모습(오른쪽) (ⓒABC 영상 캡쳐)
무려 55년 전에 발생한 7살 어린이 실종·사망 사건의 용의자가 무기 징역을 선고 받았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미국 최장기간 범죄 미스터리의 하나가 풀릴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모어 법원은 이날 55년 전 어린이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지난 9월 기소됐던 잭 맥컬러(7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작년에 사형제가 폐지됨에 따라 무기 징역이 최고형이다.
맥컬러는 17세이던 1957년에 친구와 눈싸움을 하며 놀고 있던 마리아 리돌프(당시 7세)를 납치해 인근 골목에서 목을 조르고 질식시킨 뒤 칼로 여러 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돌프 양의 시신은 5개월여 후에나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에서 약 16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리돌프 양과 눈싸움을 하며 놀던 친구는 이제 63세의 할머니가 됐다. 케이시 챕맨은 재판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맥컬러에게 무기 징역이 선고됨으로써) 드디어 네 삶의 한 부분이 안정을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챕맨은 리돌프 양과 눈싸움을 하며 놀던 중 자신을 '조니'라고 소개한 17세 소년이 목마를 태워주겠다며 접근하자 함께 놀았다. 잠시 장갑을 가지러 간 사이 둘은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다.
한편 맥캘러는 존 테시라는 이름으로 살다 1994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의 처녀 적 성인 맥캘러로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는 '존'의 애칭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아동 유괴 사건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시카모어와 같은 작은 마을에서는 대문을 잠그지 않는 일도 예사였으며,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얻어 타거나 함께 모여 노는 일이 흔했다. 이 '보기 드문' 유괴 사건은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후버 FBI 국장이 매일 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리돌프 양이 실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맥컬라가 범인이라는 익명의 전화를 받은 경찰은 그를 수사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의대 시험을 치러 시카고에 있었으며 이후 공군에 입대했다"고 진술해 형을 모면했다.
맥컬러는 실제로 수년을 공군과 이후 육군에서 근무하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사건은 그의 어머니가 죽기 직전 침상에서 그의 이복 누이에게 당시 아들의 알리바이에 대해 거짓 증언했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복 누이인 자넷 테시가 경찰에 사건을 재수사해 달라고 요청해 맥캘러는 7월 검거돼 9월에 기소됐다.
그러나 맥컬러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마리아 리돌프 양을 절대로, 절대로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항소를 준비 중이다.
[머니투데이 하세린 국제경제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