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프린세스’ 마사코(雅子·49)의 잃어버린 10년-.
아사히(朝日)신문은 8일 왕실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 장애’를 앓고 있는 일본의 왕세자빈 마사코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고 “지난해 12월로 요양생활이 10년째를 맞이했지만 마사코의 병세가 어떤지, 치료는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사코는 도쿄대와 미국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외교관으로 일하던 1993년 6월 나루히토(德仁·51) 왕세자와 결혼했다. 부친도 외교관이던 마사코는 86년 10월 일 왕실에서 열린 스페인 공주 환영 행사에서 왕세자와 처음 만나 92년 프러포즈를 받았다.
평민 출신의 매력적인 외교관 마사코와 왕세자의 결혼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마사코는 결혼 초부터 세련된 패션감각과 외국어 능력으로 보수적이던 일본 왕실의 분위기를 뒤바꾸는 듯했다.
하지만 99년 유산을 겪고 2001년 딸 아이코(愛子·11)를 출산한 뒤 2003년 12월부터 마사코의 비운은 시작됐다. 대상포진이 발병해 입원한 뒤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일 궁내청은 2004년 7월 병명을 에둘러 ‘적응 장애’라 발표했다. 마사코의 우울증 원인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왕위를 계승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 “고부 갈등과 동서 간의 신경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등 다양한 추측만 오갈 뿐이다.
우울증 발병 초기인 2004년 5월에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기자회견에서 “왕실 안에 마사코의 경력과 인격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왕세자의 동생으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아키시노미야(秋篠宮·47)는 “나도 놀랐고 폐하(일왕)도 놀랐다. 발언하기 전에 적어도 폐하와 그 내용에 대해 상의한 다음 말했어야 했다”고 맞받아치는 전례 없는 사태로 번졌다.
일본 내 보수세력 일각에선 “병 치료를 핑계로 공무를 외면하고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기다 보니 오히려 왕실 안에서 고립된 거 아니냐”며 마사코에 각을 세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국민은 마사코를 동정한다. 아사히는 “지난 한 해 동안 마사코의 공식 외출은 30번이지만 대부분 왕실 관련 행사이며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며 “결국 마사코는 결혼생활 20년 중 10년을 요양생활로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