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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라면 50년>라면…그 이상의 라면으로 진화 중…

[기타] | 발행시간: 2013.01.11일 11:05
[헤럴드경제=서상범ㆍ민상식 기자]‘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신문지를 쫙 펼쳐놓고 더 많은 국물을 먹기 위해/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

시인 함민복은 라면을 이렇게 먹었다. 시인에게 라면은 갈피갈피 얽힌 가난의 상징이었다.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 일명 라면소녀로 불렸던 1986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춘애에게도 라면은 혹독한 기억이자 가난한 삶의 메타포였다.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의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제작 기술을 도입해 ’삼양라면’을 출시한지 50년이 흘렀다. 그 동안 라면은 서민의 굶주림을 채워줌과 동시에 일종의 저급음식으로 억울한(?)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3년의 대한민국에서 라면은 더 이상 먹고살기 위해 끼니를 때우는 음식이 아니다. 정통 일본식 라면(라멘)가게가 한 동네의 간판이 된 지 오래됐다. 사람들은 맛있는 라면가게에서 1만원에 달하는 라면을 먹기 위해 기꺼이 20~30분씩 줄을 선다. 헤럴드경제가 서울 지역에서 소문난 4 곳의 라면가게를 찾아 문화가 된 라면을 찾아봤다.

▶한 가지 라면 파는 전통일본 라멘집, 평일에도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인 ‘우마이도’=‘맛있는 집’이라는 뜻의 ‘우마이도’(서울시 광진구 화양동)는 라멘 마니아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크지 않은 매장이 바 형식으로 꾸며진 소박한 일본 라멘점이다.

우마이도는 돈코츠(돼지뼈로 국물을 낸)라멘 한 종류만 판매한다. 가격은 7000원, 매운맛이 8000원으로 다른 일본식 라멘집 보다 저렴해 학생들과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다.

우마이도는 매장에 마련된 기계로 직접 라멘 면을 뽑아 다른 라멘 집의 면보다 쫄깃하다.

오랫동안 우려낸 국물은 먹음직스런 뽀얀색이다. 여기에 간장 같은 마늘기름이 살짝 둘러져 있다. 우마이도의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의 특징이 바로 이 마늘기름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마늘을 기름에 볶아 기름을 만들면 간장처럼 검은색이 된다.

기호에 따라 마늘을 직접 찧어서 라멘에 넣어 먹을 수 있어 같은 라멘으로 다른 맛을 연출할 수도 있다. 라면에 얹어 있는 반숙달걀이 일품이다. 교자와 차슈(돼지고기 절임)도 각각 2500원과 3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정호(28ㆍ대학생) 씨는 “교자와 차슈가 5개씩 나오는데 연인이 와서 먹다가 한 개를 더 먹을려고 싸울 정도로 맛있다”면서 “특히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차슈와 라멘국물을 맥주와 함께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라고 말했다.

우마이도는 매장이 크지 않아 손님들은 매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평균 10여명 안팎이다.

우마이도 관계자는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주말에는 3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며 “라면이 한 종류 밖에 없는데 이는 한 가지 메뉴에 집중을 해서 맛을 높이자는 이유였다. 이게 맛의 비결이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손님의 기호에 따라 국물 농도, 면 종류도 마음대로, 홍대 앞 ‘부탄츄’=지난 9월 문을 연 부탄츄(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는 4개월이 조금 넘은 지금 홍대의 새로운 라면 명소로 자리잡았다. 돼지 사골 100%의 진한국물 라면인 토코 돈코츠 라멘 등 4종류의 라멘을 6500원에 파는 이 곳의 인기비결은 바로 국물농도와 면 종류(가는면, 구불구불한 기본면), 파, 마늘, 숙주나물 등 라면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맛을 손님의 기호에 따라 조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업 초반에는 여느 일본 라멘집과 마찬가지로 일본 고유의 맛에 맞춰 농도와 간을 했지만 이후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간을 줄이고 농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손님이 직접 재료와 농도를 결정해 맛을 ‘디자인’하게 했다. 여기에 2000원만 내면 차슈를 그릇 한바퀴를 돌릴 정도로 푸짐하게 주는 것도 이 곳의 명성을 높인 이유다.

일본식 분위기도 이색적이다. 다른 일본라멘 가게들이 인테리어만 일본풍으로 하는 것에 비해 이곳은 손님이 들어오면 모든 직원이 큰 소리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치며 맞이한다. 또 직원간에는 모든 의사소통을 일어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효미(23ㆍ여) 씨는 “주문할 때마다 재료와 농도를 다르게 하면 매번 새로운 라면을 먹는 것 같아 1주일에 1번은 꼭 방문한다”며 “일본에 가지않아도 일본 라멘 문화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일본식 라멘, 서울의 맛을 입다, 신사동 ‘한성문고’=브런치 카페, 고급 레스토랑, 유명 브랜드의 매장등이 줄을 지어있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켠을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라면집. 하지만 겉만 봐서는 이곳이 라면집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가게의 간판부터가 한성문고(漢城文庫)다. 유서있는 서점과 어울릴 듯한 이름에 이 곳을 찾으러 온 사람들도 ‘여기가 맞나?’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실내도 여느 일본 라멘집과는 다르다. 밝은 조명과 현대적인 인테리어, 마치 카페와 같은 분위기다. 일본식 라멘이 아닌 서울의 맛과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는 가게 주인의 목표도 여기에 있다. 한성문고 관계자는 “‘문고’라는 이름은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닌 ‘문화의 창고’라는 의미”라며 “일본식 라멘을 발전시켜 서울을 대표하는 ‘우리의 라면’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맛도 일품이다. 이곳의 형제가게인 홍대 하카다분코에서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진한 육수를 기본으로 서울라면(1만원)은 양배추와 야채를 먼저 볶아내고 거기에 육수를 부어 끓여내는 형식이다. 인라멘(7000원)은 서울라면에 고기 고명을 올린 것이다. 한라멘(1만원)은 가쓰오 등 향미 높은 양념이 조금 더 첨가된 맛이다.

인라멘은 전통 일본식 라멘의 가는면을 쓰는 반면, 서울라면은 구불구불한 기본면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다.

▶추억의 라면맛 그대로, 28년간 신촌을 지켜온 ‘신계치’=인스턴트 라면의 변화를 시도를 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명이다. ‘계란’과 ‘치즈’가 대표적이다. 라면에 치즈를 넣는 것은 28년 전에 문을 연 신촌의 퓨전라면집 ‘신계치’가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신계치(서울 서대문구 창천동)는 ‘신라면+계란+치즈’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1985년부터 장수 인기상품인 라면 3가지를 기본으로 입맛에 맞춰 골라먹을 수 있는 30여 가지의 응용된 라면 메뉴를 선보인다. 상호명인 신계치가 가장 인기메뉴이며, 계란 후라이가 얹어져 나오는 짜장라면도 인기다.

신계치는 24시간 영업을 한다. 주로 학생들이 찾는데 새벽에는 술을 먹고 오는 남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라면 외에도 김밥, 만두도 맛이 일품이다. 라면의 가격은 3000원~4500원 사이로 저렴하다. 특이한 점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것.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금이 없더라도 나중에 돈을 달하고 하는 인심 좋은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라면을 끊이는 신계치 맛의 비결은 뭘까. 신계치 관계자는 “끊이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라면봉지 조리법대로 끊인다. 밖에서 사먹으니까 맛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조리한 대로 집에서 끊이면 이상하게 맛이 없다. 28년간 맛의 변화가 없어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tiger@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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