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이상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 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이 연일 핵실험 저지를 위한 대북 압박책을 펴자 북한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기존의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에 큰 지각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해선 안 된다는 것에 한·중 간 이견이 없다”며 “중국도 이번 핵실험이 가지고 올 후과(後果)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도 나름의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으며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그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재룡 주중대사 초치 등 드러난 것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게 북한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을 놓고 한·미·중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이 중조(中朝)우호를 소중히 여기듯 조선(북한)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만류를 무릅쓰고 3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들(북한)은 각종 원조가 줄어드는 등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중국 정부도 사전에 경고해 북한이 환상을 품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5일 홍콩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출현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은연중 중국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지난달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후 중국 관련 보도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한 사실을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 미국 AP통신 등이 보도했다고 전하면서 중국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제 기사를 다룰 때 신화통신을 가장 먼저 언급하던 관행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1, 2차 때와는 달리 이번엔 핵실험 뒤에도 북한을 두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기존처럼 북한 감싸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소강상태는 있어도 한·미 동맹과 마찬가지로 북·중관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미국이 동북아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중국은 다시금 북한을 두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이성규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