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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해외가면 망신당할 거라더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3.03일 12:12
- '최종병기 활'·'의뢰인', 표절에 대한 심각한 오해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몇몇 한국 영화 관객들이 [최종병기: 활]에 대해 가진 믿음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의 노골적인 표절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해외에 소개된다면 나라망신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그 믿음을 입증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 영화가 [War of the Arrows]라는 제목으로 미국에 블루레이로 출시된 것이다. 그와 함께 슬슬 영어권 리뷰들이 올라오고 있다. 어떻게 되었냐고? [아포칼립토]를 언급한 필자가 두 명 정도 된다. 그리고 제목을 보아하니, 그 중 한 명은 블루레이 출시 전에 다른 경로로 본 모양이다. 둘 다 이 영화를 가볍게 지나치는 수준으로 언급하며 유사성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나머지는 [아포칼립토]를 언급도 하지 않는다.

왜 이러는 걸까. 그들의 눈에는 한국 관객들의 눈에는 그렇게 명명백백했던 [최종병기: 활]과 [아포칼립토]의 유사성이 보이지 않는 걸까? 설마 그들은 [아포칼립토]를 안 본 것일까?

답을 말하라면 둘 다 아니다. 물론 필자에 따라 [아포칼립토]를 안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숙련된 장르 애호가라면 두 영화를 모두 보았다고 해서 유사성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 그건 그들의 유사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도의 유사성을 갖는 영화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정도 유사성은 그냥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장르 역사에 조금이라도 친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런 무심함이 이해가 될 것이다. 대부분 장르는 표절과 인용과 흉내로 이루어져 있다. 장르 구성원들은 대부분 같은 책을 보거나 같은 영화를 보고 자기가 본 것들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장르 애호가들은 유사성에 관대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두 영화가 '얼마나 비슷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가'이다.

만약에 [최종병기: 활]이 [아포칼립토]를 작정하고 베낀 건 인정한다고 해도(나는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이 [아포칼립토]의 유사성을 명백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선택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그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을 볼 것이다. 그들에게 [아포칼립토]와 [최종병기: 활]은 같은 문제에 대한 수많은 해답 중 하나이며, [아포칼립토]가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최종병기: 활]과 비슷한 시기에 표절 논란에 몰린 영화로 [의뢰인]이 있었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한국에서는 영화 참 만들기 쉽네'라고 이죽거리는 글들이 트위터 타임라인에 떴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작품을 표절했나?"하고 검색해 봤더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닮았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나는 기겁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두 영화와 비슷비슷한 다른 작품들의 스포일러가 있다.)

자, 왜 이 두 작품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가? 그건 둘 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싸워 이기는데, 알고 봤더니 의뢰인이 유죄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 유사성이 표절에서 나왔다고 믿는다. 미안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게으른 판단이다. 위에 언급한 건 심지어 줄거리도 아니다. 그건 장르이다. 심지어 상당히 큰 장르여서 여러 서브 장르를 포함하는데, 두 영화는 다른 서브 장르에 속한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지킬 임무가 있는 변호사/의사/신부가 의뢰인이 진범이라는 걸 초중반에 알아내고 고민하는 장르'로 [야망의 함정], [나는 고백한다] 그 외 기타 등등 수 만 편의 영화, 소설,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의뢰인]은 '변호사/탐정/형사 기타 등등이 열심히 노력해서 의뢰인의 누명을 벗겼더니 (어머나, 깜짝이야!) 의뢰인이 진범이네!' 장르에 속하며 크리스티/빌리 와일더의 [검찰 측 증인]을 포함한 기타 등등 수 만 편의 영화, 소설,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표절이 되기엔 비슷한 내용의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들만으로 구성된 세계가 너무나도 광대한 것이다. 고로 숙련된 장르 애호가들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플롯 역시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소설을 매력적이고 가치 있게 만드는 건 뻔한 플롯이 아니라 그를 통해 펼쳐지는 LA 변호사들의 생생한 묘사와 그의 직업적 갈등이라는 주제이다.

나는 지금까지 경험이 부족한 한국 관객과 숙련된 외국 관객들을 비교하며 글을 썼지만,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나는 외국에서 인기 있는 많은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장르 관습인 것을 그 영화의 독창적인 예술적 선택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과대평가 받고 있는 경우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꼭 내러티브 예술에서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존 윌리엄스의 [스타 워즈] 음악을 코른골트의 [Kings Row]와 비교하며 윌리엄스를 표절범으로 몰고 가는 게시물이 아직도 가끔 보이는데, 이런 주장들은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코른골트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만든다.

표절과 모방, 독창적 내용과 관습 사이의 경계는 명백하지 않다. 물론 이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중 진짜로 문제인 것도 있다. 하지만 장르 세계에서 흉내는 비교적 작은 잘못이다. (많은 경우 전혀 잘못이 아니다.) 진짜 잘못은 정반대의 행위이다. 아무 것도 보거나 읽지 않고, 아무 것도 흉내 내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존심만으로 장르물을 시도하는 것. 한국 장르물에서 가장 큰 잘못은 대부분 여기에서 나온다. 적어도 흉내 내는 사람들은 맹렬하게 공부를 했으며 대상에 대한 애정도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장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심지어 싫어한다고 주장하는 감독들에게 턱하니 영화를 맡기는 이 나라 영화계의 습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사족: [의뢰인]의 표절 논란은 다른 방향에서도 터졌다. 하정우 캐릭터의 최종변론 장면이 2006년에 출간된 [앨런 M 더쇼비츠의 최고의 변론]의 특정 장면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번역서를 낸 출판사에서는 상영금지가처분신청까지 냈는데, 이게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 뒤로 소식이 없는 걸 보면 기각된 모양이다. 이 주장 역시 재미있긴 하다. 더쇼비츠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그것은 실화다. 그렇다면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표절이 될까? 더쇼비츠의 최종변론 내용을 차용했다면 그 변론의 저작권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번역서를 낸 출판사가 여기서 어떤 권리를 갖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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