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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사과식초 북한 장마당을 제패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3.29일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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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이 발달하면서 상품의 국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산 식품이 장마당에 나오고 있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원래 러시아산 상품은 중국산보다 질은 좋지만 비싸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쪽 무역 통로는 과거에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드카, 맥주, 주스, 캔 음료, 식초 등의 식료품과 샴푸, 비누 등 세제를 중심으로 점차 러시아산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격은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나름대로 수요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반면 러시아산 피복류는 북한 진출에 실패했다. 열서너 살 아이 옷도 북한 어른 3명이 들어간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사이즈가 맞지 않고 취향도 다른 것이 원인이다.

북한 장마당에서 오래전부터 남한 상품들이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단속 때문에 직접 내다놓고 팔지 못하지만 장마당에 가서 수소문하면 다 찾을 수 있다. 대신 남자가 가서 물어보면 잘 알려주지 않는다.

보안원이 구매자처럼 가장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이 가서 물어보면 잘 대답해준다. 북한엔 여성보안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상품은 상표가 없으면 가치가 대폭 떨어지기 때문에 상표를 떼고 세관을 통해 들여와선 다시 내부에서 상표를 다는 경우도 많다. 가짜 한국 상표를 붙이는 일도 흔한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진짜 한국산 상표가 달린 물품은 단속되면 골치가 좀 아프지만, 한국산 가짜 상표를 붙이고 팔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속반에게 사실 이것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 상표를 붙인 것이라는 것을 납득시키면 ‘이따위 짓 왜 하느냐’하는 질책은 받지만 크게 처벌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요즘 북한 장마당에서 많이 팔리는 한국산 식품은 오뚜기 브랜드 사과식초와 양조식초다.

1.8L짜리로 사과식초는 북한돈 2만3000원(6달러), 양조식초는 1만9000원(5달러) 선에서 거래된다.

이 식초들이 진짜 한국에서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상표만 만들어 붙였는지는 파는 사람도 잘 모른다. 아무튼 오뚜기 사과식초가 요즘 인기가 좋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브랜드의 고추장, 식용유, 밀가루 등도 잘 팔리는 품목이다. 한국 초코파이는 이제는 웬만한 장마당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식품이 됐다.

이건 아예 내놓고 파는 데가 많다. 1개당 북한돈 500원이다. 개성공단에서 야간작업을 하면 하루 2개씩 나눠준다는 사실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한국산 공업품은 식품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TV, 컴퓨터, 카메라와 같은 가전이 많고, 장판, 옥돌매트, 분쇄기와 같은 가전이 아닌 물품도 다양하다.

해가 갈수록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주어야 할 영역도 장마당의 울타리 안으로 점점 끌려들어오는 양상이다.

실례로 교과서를 들 수 있다.

이는 원래 국가가 인쇄해서 학생들에게 무상 공급해야 하는 것이지만 종이가 없다보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자가 나타나는 것이 장마당의 법칙이다.

국가에 없는 종이가 개인들에게는 있다. 개인들은 중국에서 종이를 수입해서는 지방 노동당 출판소인 도일보사에 가져다 교과서를 찍게 한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벽지도 이런 식으로 장마당에 공급된다. 도일보사는 대신 장사꾼들에게서 받은 대가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국가의 공급이 없는 조건에서 노동당 출판사와 장사꾼의 공생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요즘 장마당에 가면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고급 공책도 많고 연필도 많다. 학생은 이제는 수업 준비물을 장마당에서 구입한다.

장마당의 발달은 사람들의 의식도 바꿔놓고 있다. 장마당에서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의 생활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자식들에 대한 관점까지 달라지는 것을 실례로 들 수 있다.

잘 기를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1명을 낳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북한에 퍼지고 있다. 남한의 일반적 인식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요즘 북한에선 가난한 집에서 아이를 많이 낳으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아무리 노동당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당에 충직한 혁명가로 키우자’는 캠페인을 벌여도 소용없다. 사람들은 국가에서 먹여줄 건가 하면서 콧방귀를 뀌고 있다. 여전히 유교적 관점이 팽배하긴 하지만 자식 덕 보겠다는 부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신 아이에 대한 열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적게 낳아 제대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요즘 북한에선 부모가 돈을 걷어서 자체 운영하는 탁아소까지 생겨나고 있다. 부모는 장마당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우수한 교사와 교육환경을 사는 것이다. 이런 탁아소에서는 아이도 잘 먹이고 교사도 열성이다.

가난한 부모는 이런 데 끼질 못한다. 격차가 유아 때부터 형성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잘 먹은 남자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는 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잘 먹은 아이는 키가 180㎝가 넘기 쉽지만 못 먹여 키운 아이는 160㎝ 넘기 힘들다. 이런 것을 보는 부모나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굳은 각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 공급이 끊겨 전 국민이 장마당에 매달린 지 약 15년, 북한은 날이 갈수록 노동당과 장마당이 공동 통치하는 나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글은 북한에서 화폐교환 하기 이전에 작성된 것임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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