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유승식 교수팀, 세계 첫 성공… 뇌파를 초음파로 바꿔 쥐 뇌에 전달, 꼬리 흔들]
-프로젝트 이름도 '아바타'
기존 '뇌파로 로봇팔'과 달리 전선·전극 심는 수술 필요없어
-'뇌기능 공유 연구'에 큰 진전
화성 탐사 나선 침팬지에게 無線으로 사람 의도 전달 가능
우즈 뇌에 저장된 스윙 노하우 초보 골퍼들에게 전수될 수도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의 생각은 분신(分身)인 나비족(族) 전사의 몸을 통해 행동으로 옮겨진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뇌파(腦波)로 다른 동물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생각으로 로봇 팔이나 휠체어를 움직인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움직인 것은 처음이다. 과학계에서는 연구가 발전하면 화성 탐사에 나선 침팬지에게 무선으로 사람의 의도를 전달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타이거 우즈의 뇌에 저장된 스윙 노하우를 초보 골퍼들의 뇌에 전달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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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의대 영상의학과 유승식(43) 교수와 김형민 박사, 고려대 박신석 교수(기계공학부) 연구진은 "인간의 뇌파를 초음파로 바꿔 쥐의 뇌에 전달함으로써 쥐 꼬리를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인터넷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4일 자에 실렸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면 머리 표면에 흐르는 전기신호가 바뀐다. 연구진은 사람의 머리에 전기 센서가 붙어 있는 두건을 씌워 뇌파를 포착했다. 컴퓨터는 이 신호를 분석해 초음파 신호로 바꾸었다. 쥐의 뇌 운동중추에 이렇게 만든 초음파 신호를 보내자 쥐의 꼬리가 움직였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생각이 쥐의 뇌로 전달돼 동작을 만든 것이다. 연구진이 프로젝트 이름을 '아바타'라고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고려대 박신석 교수는 "사람의 뇌 신호가 쥐의 뇌로 전달되는 '뇌-뇌 인터페이스(BBI·Brain-Brain Interface)'를 처음으로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생각을 기계에 연결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다. 유 교수팀은 뇌파를 컴퓨터로 전달하는 BCI를 거쳐, 컴퓨터가 다시 이 신호를 쥐의 뇌로 전달하는 '컴퓨터-뇌 인터페이스(CBI·Computer Brain Interface)'를 추가했다. 결국 BCI와 CBI가 합쳐져 BBI가 된 것이다.
특히 공기 중으로 전달되는 초음파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전처럼 사람이나 쥐의 뇌에 따로 전극이나 전선을 심는 수술이 필요 없어진 것도 큰 성과다. 유 교수는 "감각이나 운동과 같은 다양한 뇌 기능을 사람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연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초음파의 안전성이 검증되면 건강한 사람의 뇌 신호를 환자의 뇌에 전달해 만성통증이나 우울증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팀은 KIST 연구진과 이 연구를 추진 중이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해 마비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기까지 5년 동안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는 훈련을 해야 했다. 유 교수팀도 아직은 "꼬리를 움직인다"는 생각 자체를 쥐의 뇌에 전달하지는 못했다. 단지 컴퓨터 화면에 깜빡이는 점을 볼 때 나오는 뇌파를 쥐가 꼬리를 움직이게 하는 스위치처럼 이용했을 뿐이다. 유 교수는 "컴퓨터 화면에서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고 싶을 때는 오른쪽 점을 보게 하는 식으로 쥐의 동작을 조절하는 방법을 더욱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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