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files/2013/05/01/40697c29bb44e7de44f1924128438277.jpg)
중간고사 시즌을 맞은 대학가가 진화한 커닝 수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상답안을 책상, 벽, 손바닥에 적어놓거나 복사기용 OHP 필름으로 축소복사한 뒤 책상 위에 깔아두는 것쯤은 고전이 돼버렸다.
충남의 모 대학 3학년 이모(22·여)씨는 30일 “스마트폰은 잠금 화면과 비밀번호를 눌러야 보이는 홈 화면으로 구분돼 있어 홈 화면에 예상답안을 적어놓고 커닝을 했다”며 “감독관이 주의를 줬지만 잠금 화면으로 바꾼 뒤 ‘시간을 봤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대학 3학년 박모(25)씨는 “지난주 교양과목 시험에서 조직적인 커닝이 있었다”며 “수업을 듣지 않는 한 학생이 시험지를 받자마자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간 뒤 문제를 풀어 모바일 메신저로 답을 전송했다”고 털어놨다.
‘비밀펜’ 혹은 ‘마술펜’으로 불리는 특수펜까지 등장했다. 이 펜은 자외선에만 보이는 잉크를 사용해 펜에 달린 자외선 전구로 비춰야 글씨가 드러난다. 서울 A대학 2학년 정모(21)씨는 “비밀펜으로 커닝페이퍼를 작성하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심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펜은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개당 1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대학들은 진화한 커닝에 속수무책이다. 막상 적발해도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하면 심할 경우 정학 등 중징계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학점이 취업과 직결되다 보니 대부분 주의 정도로 끝낸다”고 했다. 대학생 채모(23)씨는 “양심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불이익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차라리 커닝을 해서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구직 사이트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학생 3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4%는 커닝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커닝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학점 때문에 어쩔 수 없다’(36%), ‘들키지 않는다면 괜찮은 것 같다’(14.3%), ‘대학시절의 추억이다’(7.4%)고 답해 커닝에 대한 죄의식조차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