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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식민지 독립운동 탄압 배상 나섰다 … 일본은

[기타] | 발행시간: 2013.05.07일 05:32

1950년대 케냐 피해자들과 협상

1953년 3월 25일 케냐 라리 마을의 한 헛간에서 불이 났다.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칼이 날아들었다. 어린이를 포함해 150여 명이 불에 타 숨졌다. 학살은 영국인이 데려온 다른 지역의 아프리카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그 시절 케냐 중부 고원지역에서 수만 명의 키쿠유·엠부·메루 부족민이 무차별적으로 감옥에 감금되거나 영국인이 만든 집단수용소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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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명 피해 … 오바마 조부도 고문당해

60년까지 최대 30만 명이 피해를 봤다. 그 과정에서 1800여 명이 살해됐다. 후 베네트 등 영국 역사가들은 수용소에서 폭행·질병·굶주림 등으로 숨진 케냐인이 4만4000명에 달한다고 얘기한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조부인 후세인 오냥고 오바마(79년 사망)도 고문으로 성불구자가 됐다. '마우마우 봉기'이라 불리는 케냐의 독립운동과 이를 막기 위한 영국의 무력 진압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특히 고환에 고통을 가하는 고문이 많이 자행됐다고 한다.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가장 잔혹하고 수치스러운 역사다.

 영국이 이에 대한 배상에 나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6일 영국 정부가 최근 피해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가 이뤄지면 영국이 식민통치 때의 가혹행위에 배상한 첫 사례가 된다.

 영국이 흔쾌히 시작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영국 법원은 마우마우 봉기 피해자들이 영국 정부에 배상금을 요청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5명의 감금·고문 피해자가 시험적으로 낸 소송의 결과였다. 이후 6000명 이상이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였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법원 “정부 배상 책임” 판결이 계기

 2009년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영국 정부를 대표한 외교부는 “63년에 들어선 케냐의 (독립)정부가 영국의 통치를 계승했기 때문에 소송을 내려면 케냐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사는 “케냐인들의 피해 사실이 명백하고 이는 영국 정부의 지시 또는 명령과 관련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식민통치의 '잔혹사'를 연구해 온 베네트 등 영국인 학자 3명이 영국 정부 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1500여 건의 문서가 주요 증거가 됐다.

 가디언은 1만∼3만 명이 배상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상금은 최소 수백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인정의 범위가 넓어지면 수천억원이 들 수도 있다. 피해자들은 소송 때 “영국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치료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다른 옛 식민통치 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50년대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던 키프로스에서도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예멘·스와질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영국의 식민지에서도 무자비한 독립운동 탄압이 있었다.

◆한국 독립운동 소송 일본서 기각

한국 독립운동가 유족이 일제 강점시대에 본 피해를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경우는 단 한 건이다. 대일민간법률구조회가 1992년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 등을 모아 소송을 낼 때 독립운동가 유족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2003년 최종심에서 일본최고재판소가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0년대 초반부터 독립운동가 유족 외에 일제 피해자들이 40여 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다수가 기각되고 승소는 한 건도 없다”며 “일본은 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배상이 끝났다는 완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원폭 피해자와 사할린 한인, 위안부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어 독립운동가의 경우 권리구제의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정원엽 기자

◆마우마우(Mau Mau) 봉기=1952∼60년 케냐의 중부 지역에서 키쿠유족을 중심으로 진행된 독립운동. 영국인 농장주와 관리 암살로 촉발돼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발전했다. 영국의 총독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약 30만 명을 감금한 뒤 결백을 입증해야만 풀어줬다. 영국인들은 이 운동에 '마우마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우마우마(나가라, 나가라)'라는 현지어 구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상언.정원엽 기자 joonny@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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