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지도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앞서 중국을 이끌었던 후진타오(胡錦濤·왼쪽 사진)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오른쪽) 전 총리 지도부의 별칭이었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두 지도자의 이미지는 역대 중국의 지도자들과 크게 달랐다. ‘과학발전관’이라는 정책방침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두꺼운 안경 뒤로 잘 웃지도 않고 대본을 외워 읽듯 말하는 후 전 주석의 태도가 그의 이미지를 ‘모범생’으로 만들었다. 영미권 언론들은 이런 후 전 주석을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고 뻣뻣한 정치인이라고 묘사했다.
자신 있게 농담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던 역대 중국 지도자의 호방한 스타일에 비해 후 전 주석은 항상 실수를 두려워하는 듯한 신중한 태도와 굳은 표정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매년 주요 행사의 연설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후 전 주석은 권력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공공연하게 들어야 했다.
원 전 총리는 지난 2008년 쓰촨(四川)성 대지진 때 팔을 걷고 구호에 나서면서 친 서민적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역시 후 전 주석처럼 모범생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특히 원 전 총리는 이전 중국 지도자들이 잘했던 구수한 속담보다는 한시를 인용해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올 3월에는 ‘어린 봉황의 소리가 나이 든 봉황보다 맑다’는 한시를 인용하며 리커창(李克强) 현 총리를 치켜세웠다. 지난 2010년 10월에는 그동안 원 전 총리가 즐겨 인용한 한시들을 모은 시집이 출간됐을 정도다.
중국에서도 한시나 고문을 인용하는 것을 놓고 고상하다는 반응과 함께 먹물 먹은 티를 낸다는 반응이 병존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후진타오-원자바오 시대에 대해 극과 극의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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