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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800여구 뒤엉켜…80년전 일제 만행 그대로

[기타] | 발행시간: 2014.01.18일 00:00

17일 중국 랴오닝성 푸순의 핑딩산 학살기념관 전시실의 벽과 천장에 일본군에게 희생된 주민 3000여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한겨레] 중 ‘푸순 학살 기념관’ 가보니

부둥켜안고, 아기 품은 채…

참혹한 현장 원형대로 보존

부둥켜 안거나, 아기를 품거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껏 턱을 벌린….

중국 랴오닝성 푸순의 핑딩산 학살 사건 기념관 입구. 학살 사건이 일어난 날짜(1932년9월16일)와 희생자 수(3천여명)이 적혀있다.

어둠 속에 뒤엉켜 반듯하게 눕지 못한 800여구의 유골이 80여년 전 추석에 벌어진 학살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17일 중국 랴오닝성 ‘푸순 핑딩산 학살 기념관’ 유골관에는 유골 800여구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유골의 바다’가 200m 넘게 이어졌다. 중국 동북지방의 교통·광물 요지 푸순을 점령한 일본군은 1935년 9월15일 중국 항일유격대의 습격을 받자 그 보복이라며 이튿날 핑딩산 주민 3천여명을 모아 학살했다. 정오부터 시작된 학살은 기관총까지 동원돼 오후 4시께나 돼서야 끝이 났다. 일본군은 학살 뒤 시신에 기름을 부어 주검을 모두 불태웠다. 마을은 사건 뒤 아예 사라졌다.

그날이 추석이라 발굴 현장에는 새까맣게 탄 월병이 총알, 휘발유통과 함께 발굴됐다. 아기의 장수를 바라는 ‘세백명장(歲百命長)’이란 글자가 적힌 목걸이도 나왔다. 1919년 한국의 경기도 제암리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다. 마을은 100여명의 생존자가 없었다면 역사에서도 깡그리 사라질 뻔 했다. 생존자들은 이후 내외신에 핑딩산 학살을 증언했다. 전후 핑딩산 학살을 주도한 7명의 일본군 장교들은 전범 재판에서 사형을 통해 단죄됐다.

박물관 마지막 전시실엔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과거를 잊지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는 글이 걸려있었다. 저우쉐량 기념관장은 “역사를 직시하고 교훈을 얻어야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 방문 행사를 주관한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국신문기자센터(IPC)와 랴오닝성 외사판공실은 학살 기념관 방문 뒤 중국이 인도주의적으로 2차 대전 일본군 전범 1000여명을 관리한 전범 관리소를 소개했다. 일제의 만행과 중국의 관용을 극명하게 대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한 일정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첫 장면에서 나오는 푸이의 교도소 장면의 배경이 바로 이 곳 전범 관리소다. 관리소엔 푸의가 수감된 방과 치료를 받았다는 침대 등도 전시돼 있다.

17일 중국 랴오닝성 푸순의 핑딩산 학살 사건 기념관에 사건 당시 희생된 800여구의 유골이 발굴 당시 그대로 보존 전시돼 있다.

이 곳은 목욕탕과 이발소, 의무실, 제빵실 등을 갖췄다. 관리소 쪽은 체육, 오락 활동과 정신 교화로 전범들을 교화시켜 ‘푸순의 기적’으로 불린다고 했다. 수용소 들머리엔 “세계 모든 인류를 해방시켜야 비로소 무산계급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다”는 수용소의 정신 개조 정책을 담은 글이 씌여져 있다.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푸순 수용소가 모범적으로 전범들의 정치 교정 공작업무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관엔 당시 전범들이 운동회와 예술 행사를 벌이는데 사용한 축구공과 정구채, 체스판, 북과 깃발 아코디언 등이 놓여져 있었다. 의무실 앞엔 당시 뇌질환을 일으킨 일본 군 고위 간부를를 4년여나 돌보며 욕창 하나나지 않게 간호했다는 설명도 사진과 함께 붙어 있었다. 일부 전범들한테는 의족까지 맞춰 줬다는 기록도 있었다.

전범들은 새벽 5시에 기상해 8시에 아침을 먹은 뒤 11시30분까지 반제국주의, 중국 혁명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오후엔 다시 각각 2시간의 운동과 교육을 받은 뒤 저녁을 먹고 2시간의 오락 활동 뒤 8시에 취침을 했다. 전날 일제가 운영하며 연합군 포로들을 빽빽한 나무 침대에 칼잠을 재우고 일부에겐 생체 실험을 하기도 했다는 연합군 포로 수용소와는 자연스레 대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 수감된 대부분의 전범들은 전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전시관 맨 마지막엔 전 일본인 전범 중국귀환자 연합회가 보낸 ‘중국인의 관용정책에 감사한다’고 적힌 글이 걸려 있었다.

중국 외교부와 랴오닝성 외사판공실은 16일과 17일 이어진 외신기자 초청행사를 주도 면밀하게 진행했다. 치밀한 방문 장소와 순서 배치를 통해 일제의 침략( 9·18 역사 박물관 방문)→잔혹 행위(일제 연합군 포로 수용소, 핑딩산 기념관)→중국의 관용(푸순 일제 전범 관리소)이란 줄거리를 연결해 냈다. 중국 쪽은 ‘잔인하고 반성없는 군국주의’ 일본과 피해자이지만 화해와 용서를 베푸는 ‘대국’ 중국을 대조해 부각하려 공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분명한 의도 만큼이나 빈틈없이 짜여진 행사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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