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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5.07일 22:20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국가적 차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일각에서는 정치 다툼의 기회로 삼을려는 움직임도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불행의 반복을 막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냉철하게 인식하기 위한 합리적, 이성적 노력보다는 감정적 대처로 국내 정국이 사회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재미 언론인 조광동 칼럼니스트의 "세월호는 한국의 자화상입니다"의 칼럼이 최근 국내 언론과 SNS를 통해 회자되면서 혼란 정국의 중심을 잡아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조광동 칼럼니스트는 경희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한국일보 시카고 편집국장, 한겨레신문 시카고 편집인, 민통연합 시카고 위원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미주 집행위원장, 라디오 코리아 주간 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데일리에 칼럼을 싣고 있다. [편집자 주]


"세월호는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을 뒤 흔들고 있습니다.

그 많은 어린 넋들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바다에 묻히는 것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빠져 나오지 않고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구할 수 있었기에

더욱 더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관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관계자들이 제대로 훈련이 되었으면

정부가 이렇게 허둥대질 않았을 것이기에 고통은 무력감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참사 뒤 여기에 대처하고 반응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선장이나 선원, 선주에게만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조리와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선객이 구조될 때까지 배를 지켜야 하는 명예와 책임을 팽개친 선장이나, 선객들을 남겨두고 도망쳐 나온 선원들은 큰 벌을 받아야 하지만, 온 국민들의 격한 소리가 어쩐지 공허하게 들립니다. 손가락질하는 한국인들의 욕설이 과격해지고, 유가족들의 분노가 격앙될수록, 참사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정치꾼들의 꼼수가 두드러질수록, 그리고 이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의 북소리가 커질수록 이러한 느낌은 깊어집니다. 여기에 모두 한국의 자화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독립된 사건, 우연한 참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습니다. 세월호는 한국인의 정신과 의식 문화가 반영된 한국 의식 문화의 자화상입니다. 선장 선원이 도망쳐 나온 것을 거품 물고 욕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선장 선원과 비슷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다수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에 선장과 선원들이 있을겁니다. 선장 선원이 어쩌다 돌출한 별종의 사람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의식 문화의 산물일 것입니다.

미국 군대에 갔다 온 어느 한인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교관이 신병들을 훈련시키면서 “빨리! 빨리!”라고 계속 고함을 쳤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 젊은이는 자기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미국 군대에서 미국인 신병을 교육시키는 미국 교관이 “Hurry! Hurry” 대신에 “빨리! 빨리!”라고 외쳤으니 말입니다. 미국 젊은이들은 빨리, 빨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몸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 차렸다고 합니다.

이 미국 교관이 어떻게 “빨리, 빨리”를 소리치게 됐는지 모르지만, 모르기는 몰라도 이 교관은 주한 미군 출신일 것입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의 성급한 문화, 빨리 빨리 문화를 목격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는 코리안 아메리칸 직장에서 일한 타인종에게도 많습니다. 미국의 한인 세탁소나 식당에서 일한 히스패닉들은 제가 코리안줄 알면, 많은 경우 “빨리 빨리”라고 말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합니다.

한국인 의식 속에는 절제하는 브레이크 보다는 속도를 내는 엑셀레이터가 지배적입니다. 빨리 빨리 성공해야 하고, 빨리 돈 벌어야 하는 조급함과 각박함이 본능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부상하는데 원동력이 되었지만, 균형과 절제력을 잃으면서 한국을 침식시키는 부식제가 되고 있습니다.

50세가 되면 은퇴를 걱정해야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아야하고, 돈과 권력의 줄이 있어야 사람 대접을 받는 사회에서, 너그럽고 여유 있는 인간의 삶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기보다 못한 친구를 왕따 시키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스승이 제자를 꾸짖을 수 없는 교육으로 전락하고, 속이고 모함하는 일이 일상에 자리잡고, 부모도 재산이 없으면 푸대접 받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사회에서 품위 있는 삶과 인격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의견이 다르면 집단적으로 언어 폭력을 하고, 자기 주장을 위해 상대를 인격 살인을 하는 집단 떼 문화, 억지 떼 문화의 광기 사회에서 합리성과 균형감각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밟고 누르고라도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도태되는 사회 풍조에서, 나라에 충성하고, 인간과 사회에 헌신하고, 시대적 사명에 열정을 바쳐야 한다는 가르침은 빛바랜 깃발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식문화와 가치관에서 아름다운 인성이 형성되고, 나를 희생해서 남을 구하는 숭고한 인간 정신이 자라기 힘듭니다. 교육이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식 로버트를 생산하는 입시 위주의 기능주의가 되는 풍조에서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 대량 생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물을 너무 적재한 것만 제대로 점검했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법과 규정을 안 지키는 것이 어디 세월호 뿐이겠습니까. 왜 해양 마피아를 척결하지 못했고, 왜 외화를 빼돌린 선주를 그냥 두었고, 왜 공무원들이 우왕좌왕 무능하고, 왜 재해 예방 안전 훈련을 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하지만, 이것이 어디 세월호에만 있습니까. 한국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켭켭이 쌓이고, 무사안일, 적당주의, 형식주의가 적폐된 사회에서 또 다른 세월호가 시한폭탄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파란색 옷을 입었다고 시비를 거는 시민이나, 교육부 장관이 사고 현장에서 컵라면 먹는 것을 문제삼은 기자 수준이나, “계란도 넣지 않았는데…”하고 대답한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을 인터넷 신문 1면 톱으로 선동하는 명색이 주류언론의 수준 또한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이성과 합리성이 실종되고 감정과 억지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지엽적 시비를 것 또한 한국 의식의 모습입니다.

발등의 불을 꺼야하는 다급한 시간에 총리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의 한심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사표를 내는 것 또한 딱하고 무책임합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물러가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패를 갈라 반대자는 무조건 미워하고, 무슨 일만 생기만 사사건건 증폭시키는 사회는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갑니다.

유가족도 예외가 아닙니다. 험난한 물길을 헤치고 목숨 걸고 구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왜 빨리 결과를 못 가져 오느냐고 절규했습니다. 가족들의 피 마르는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이 모습 또한 조급한 의식의 반영입니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은 슬픔을 참고 자식의 죽음 앞에 전율할 정도로 절제하는 모습을 대할 때 죽음은 더욱 숭고해지고 감동은 깊어집니다.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대통령에게 소리 지르고, 대통령 조화를 치우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고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치는 모습은 격이 떨어집니다. 유가족이라고 해서 무례해질 권리는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참변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지 않아도 괜찮고, 잘못된 행동을 비판할 수 없다는 분위기는 잘못된 것입니다. 돌팔매질을 당할 잘못했으면 무자비하게 몰매를 맞고, 돌을 던질 수 있는 입장에 있을 때는 무절제하게 감정 표출을 하는 것 또한 고쳐야 할 한국인의 모습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한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슬픔의 눈물이 진정함이 되고, 애통하게 가버린 젊은 영혼들을 진정으로 기리는 길은 한국인 의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달라지는 첫 걸음은 자기 성찰입니다. 남의 탓으로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을 멈추고, 격한 목소리를 낮추고 각자가 겸허한 성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곳곳에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질주하는 빨리 빨리 문화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무능한 수습과 더딘 구조를 비난하기에 앞서, 선장 선원들에게 돌을 던지기에 앞서, 나는 여기서 자유스러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정직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국가 위기가 도래했을 때 생명을 걸고 지키려는 헌신과 애국심이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라의 품격과 정부 수준은 국민 의식의 실상입니다.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재해 예방 훈련을 하고, 정부 시스템을 효율화 시키고, 정부 기구의 부조리를 제거할 것을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국민의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위로 부터만이 아니라 아래로 부터 의식 개혁 운동이 일어나고, 정부수술과 국가 개조가 실현되고, 국민의식 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오지 않으면 더 큰 세월호, 대한민국호의 침몰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뼈를 깎는 성찰의 채찍으로 스스로를 개혁하고, 한국 사회에 혁명적 의식 변화의 강물이 오늘의 부조리를 씻어내지 않으면 오늘의 애도 눈물은 일시적 감정 배설로 끝나고 형식문화에 함몰되어 세월의 강물에 흘러 갈 것입니다. 세월은 슬픔과 아픔을 치유하는 약이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행동하지 않을 때 세월은 슬픔과 아픔을 되풀이하는 독이 됩니다. “빨리! 빨리!”는 빨리 오지만 빨리 달아납니다. 빨리 빨리에는 모래성의 비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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