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에게는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어느날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원래 동물은 화물칸에 실어야 하지만 강아지가 너무 어려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짐이 많은 순이는 마침 단촐하게 여행하는 한 젊은 남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강아지를 맡겼다. 그 남자는 흔쾌히 바지속에 강아지를 넣고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순이는 강아지가 궁금해서 그 청년에게 물었다.
"여보세요 제 강아지 잘 있나요?"
“넷? 네. 예... 자 잘 있습니다. 으음...”
남자는 약간 놀란 듯, 약간 당황 한 듯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암튼 잘 있다는 남자의 말에 순이는 일단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후 또 순이는 강아지가 궁금해서 다시 총각에게 말을 걸었다.
“제 강아지 잘 있나요?”
“아, 네.... 으...으...아...”
총각은 이젠 신음소리까지 내고 숨을 할딱거리며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잠시 거친 숨을 몰아 쉬는가 하더니 어느새 눈에 초점을 잃고 기운없는 얼굴로 그 총각은 순이를 쳐다봤다.
"죄송해요, 강아지가 쉬라도 한 모양이죠?"
한참만에 정신을 차린 그 남자가 말했다."강아지가 아직 젖을 안 뗐다는 말을 왜 안했어요?"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