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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포커스] "웃긴데 왜 피곤할까?"…예능, 러닝타임의 꼼수

[기타] | 발행시간: 2014.05.31일 08:39

[TV리포트=김지현 기자] “방송 시간이 10분 늘어나면, 편집 노동은 10시간이 늘어납니다. 중요한 건 제작진의 피로가 아니에요. 시청자의 피로 또한 늘어난다는 겁니다. 주말 예능을 보는 건, 영화 2편을 보는 것과 맞먹는 일이에요.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한 일이에요”

한 지상파 예능 PD의 푸념이다. 지난 2월부터 담당 프로그램 방송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편성대 시간 전쟁이 일어나면서다. 윗선에서 요구하는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해 편집 시간을 대폭 늘렸지만, 억지로 그림을 맞추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이미 늘어난 시간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재석은 왜 '방송 줄이기' 공약을 내걸었나?

최근 유재석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선거 특집 '선택 2014'를 통해 흥미로운 공약을 내걸었다. 방송 시간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 "시간이 늘어나면 재미의 밀도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왜 재미가 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러닝 타임을 늘리고 있는 것일까.

전쟁은 지상파 3사의 자존심, 일요일 예능에서 시작됐다. 애초 3사의 모든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은 오후 4시 55분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러닝타임은 대략 90분에서 95분. 자율성 아래 암묵적으로 룰을 지켜왔다. 그러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가 앞당겨 방송을 시작하며 먼저 룰을 어겼다. 이후 KBS '해피선데이'가 동계올림픽 중계를 이유로 일찍 방송을 시작하면서 '55분 룰'은 무의미하게 됐다. 변칙 편성이 안겨 준 결과는 놀라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예능 강자인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

이후 KBS는 지속적으로 타 방송사보다 일찍 방송을 시작했고, 어느새 ‘일밤’을 위협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이는 토요일 예능에도 영향을 줬다. KBS ‘불후의 명곡’은 ‘무한도전’ 보다 일찍 방송을 시작하면서 ‘무한도전’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무한도전’과 '스타킹'의 러닝 타임도 10분여 늘어났다. 최근 김태호 PD는 이와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호소했다. 제작진과 멤버들의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편집팀 피로 심각, 방송 사고 걱정"

KBS가 편성을 앞당기자 MBC, SBS도 변칙적으로 시간대를 변경했다. MBC '아빠 어디가'는 오후 4시 10분, '룸메이트'는 오후 4시 15분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애초 약속된 55분 보다 많게는 45분, 적게는 40분이 앞당겨진 것이다. 문제는 옮겨 간 시간 만큼 러닝 타임도 길어지고 있다는 것. 전쟁이 심해질수록 제작진의 고충도 비례하고 있다. 퀄리티 역시 늘어난 시간 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빠 어디가' 김유곤 PD는 "방송 시간이 늘어나면서 제작진의 고충이 심해졌다"며 "자막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1,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10분 정도 방송이 늘어나면서 편집팀의 노동 강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영화 1편에 가까운 분량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룸메이트' 박상혁 PD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 프로그램이 100분에서 105분을 채워야 하는 의무가 생겨버렸다"며 "적합하지 않은 장면을 억지로 넣을 수도 없고 곤란한 노릇이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편집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편집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PD는 "3사와 제작진 스스로가 콘텐츠가 아닌 시간으로 싸우고 있는 이 현실이 얼마나 창피한 것인지 느껴야 한다"며 "높은 완성도를 위해 경쟁하는 게 아니라 5분, 10분 먼저 방송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사 실무 제작진 누구도, 늘어난 시간대를 반기지 않고 있다. 근소한 시청률을 두고 이렇게 전쟁을 치르니 안타깝다"고 일침했다.

3사 日 예능, 앞당긴 시간도 안 지켰다

그러나 전쟁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심지어 당겨진 시간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주 가장 빨리 방송을 시작한 건 SBS '룸메이트'(오후 4시 10분)다. 변경된 시간에서 또 5분을 앞당겼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오후 4시 13분 방송을 시작했다. 변경된 시간에서 7분을 앞당겼다. MBC '아빠 어디가'는 17분 방송을 시작, 변경된 시간 보다 7분 늦었다. 3사 모두 약속된 시간을 어긴 것.

이처럼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먼저 방송을 시작하기 위한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당장 이번주 방송되는 예능 시간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러다 오후 3시대로 시간이 옮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제작진들의 푸념 섞인 한탄이 나돌고 있다. 방송사를 향한 시청자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이 모든 사태를 책임져야 할 3사가 서로의 잘못만 탓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은 시시비비와 잘못을 가리는 일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협력이다. 그러나 양보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KBS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회의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MBC, SBS는 KBS의 불참을 핑계로 앞다투어 시간대를 옮겼다. 협의 자체를 아예 외면하고 있는 KBS도 문제다.

방통위 "제제 장치 無, 3사가 해결해야"

진흙탕 싸움이 되버린 3사의 전쟁을 규제할 장치는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문의한 결과 한 관계자는 "편성시간은 방송사의 자율권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직접 관여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3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결국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는 의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4시간은 지속적으로 시청하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예능의 완성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방송사의 경쟁적 태도가 문제다. 프로그램 자체에 집중해서 퀄리티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데, 경쟁하느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피해보는 건 시청자다. 두 개의 예능을 하나로 묶는 것도 사실상 편법이다. 두 예능을 따로 독립시켜 방송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방송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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