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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어머니와 밥상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7.03일 08:51
재작년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의 밥상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이젠 밥상이 너무 낡아 음식그릇을 이기지 못할것 같아 생활용품상점에 가서 《조선족 밥상》을 사다드렸다.

내가 어릴 때부터 늘 써온 우리 집 밥상은 노란색 바탕에 매화꽃을 그려놓은 둥근 상이다. 전번 주말에 고향집에 부모님을 뵈러 갔었는데 어머니는 내가 사다드린 밥상은 비닐로 싸서 뒤방에 두고 여전히 옛날 그 밥상을 내다놓으셨다. 왜 새 밥상을 쓰지 않는가고 투정삼아 물으니 어머니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다.

《이 밥상을 예순 하고도 한해를 더 썼구나. 허허, 아직도 쓸만 하구나.》

얼룩이 간 비닐천을 씌운 나무로 된 네발짜리 밥상, 이제 음식을 조금만 올려놓아도 삐걱거려 덩그런 기와집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때 그 시절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것이 아직도 가슴에 못박혀 오늘까지도 추억속에서 이 낡은 밥상을 고집하시는것 같다.

60여년이란 세월속에서 색이 바랜 밥상은 여기저기 떨어지고 나무판자들은 금이 갔으며 박혔던 못은 머리를 쳐들었다. 세월의 흔적이 무겁게 배여있는 밥상은 마치 고된 생활속에서 꿋꿋이 살아오신 어머니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아득바득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하셨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금방 결혼했을 때는 밥상도 없었다. 어머니는 5남매에서 맏이인 아버지에게 시집왔기에 그때 막내 삼촌은 여덟살이여서 아들 삼아 키웠다고 한다. 이 밥상은 어머니가 낮에는 들에 나가 일하시고 저녁에 등잔불을 켜놓고 가마니를 짜며 아글타글 모은 돈으로 산것이였다.

금방 밥상을 샀을 때는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 올려놓을 음식거리가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맏이여서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넷이나 되는 시동생과 시누이들을 거느려야 했다. 그리고 큰형님이 태여나니 식량은 더 모자랐다.

시부모와 시형제들, 그리고 자식들을 먹이고 나면 어머니에게는 누룽지조차 차례지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는 굶기를 밥먹듯했을것이다.

둘째 형님을 임신한후 어느 한번 어머니는 너무 배고파 김치움에서 김치물를 퍼다 마신적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세상뜬지 근 30년이 되지만 할아버지에게 생전에 술 한잔 사드리지 못한것을 못내 한스러워하시는 어머니다.

우리 집에 밥상이 생긴후에도 살림은 여전히 펴이지 않았다. 요즘은 먹을것이 너무 많아 미처 다 해먹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고 일부러 입쌀에 옥수수쌀을 섞어 밥을 짓는다. 하지만 그때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처럼 신물이 나도록 옥수수밥과 옥수수떡이 싫었다.

아침과 점심은 옥수수밥이였고 저녁에는 옥수수가루떡이 주식이였다. 우리 삼형제가운데서 일단 누구의 생일이면 그날 아침에는 옥수수밥에서 이밥쪽으로 차례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옥수수밥도 어머니는 아마 마음대로 잡숫지 못했을것이다. 우리는 하루 세끼 밥을 먹는것은 의례적인 일상사라고 생각했지만 식량이 부족했던 세월에 어머니가 한끼의 밥상을 마련하려고 얼마나 애쓰셨을가?!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옷을 깁고 이불빨래를 하는것은 의례히 해야 하는것으로 알고있었지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잔병에 걸린 나때문에 애간장 태우며 밤잠을 못 이루는 어머니가 얼마나 피곤하실가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못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정겹게 바라보는 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분이라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허리가 다 휘여 지팽이를 짚지 않으면 출입하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고생속에서 살아오신 어머니를 진정 측은하게 여겨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하나하나 어머니의 곁을 떠났다. 우리가 떠난 자리에 지팽이만 남아있다.

어머니는 올해 여든이다. 하지만 늘 일손을 놓지 않는다. 자식들이 걱정되여 이제 일을 그만하라고 하면 일할 때는 온몸의 아픔이 사라지고 곡식이 무덕무덕 쌓이는것을 보면 너무 즐겁다고 하신다.

어찌 이뿐이랴, 자식들이 사드리는 옷가지들은 입지 않고 차곡차곡 개여 고방의 옷궤에 넣어두고 손녀들이 입던 옷을 씻어 입으신다.

자식들이 모두 성장했지만 어머니의 관심은 여전하다. 어머니란 이름때문에 집안의 모든 고생을 숙명으로 일언반구의 원망도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어머니, 그렇게 자식들한테 먹을것, 입을것 모든것을 다 주신 어머니, 쇠약한 몸이지만 아직까지도 앉으나 서나 자식들을 걱정하며 있는 힘껏 도와주려고 애쓰신다.

밥상은 낡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밥상》은 영원히 낡지 않을것이다. 밥상이 수십년간 우리를 위해 변함이 없듯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영원할것이다.

오늘도 어머니는 수건을 머리에 동이고 지팽이를 짚고 어정어정 밭으로 나가신다.

자식을 둔 어머니의 일은 끝이 없는가부다.

/강희덕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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