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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몇 살부터 마셔야 할까?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7.18일 14:27
(흑룡강신문=하얼빈) 미국은 적어도 술에 있어서 만큼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아시다시피 길 거리나 공원에서 누구나 맥주 조차도 내놓고 마실 수 없는 나라이니까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저 스타디움 같은 경기장에서는 컵에 맥주를 담아서 팔고 있습니다. 알카포네 같은 옛날 갱단의 주 수입원기도 했던 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지라 유독 술 (밀주)과 전쟁을 많이 치렀던 미국이기에 술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성년의 나이가 19세로 바뀌면서 19살이 되는 해부터는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암암리에 또는 공공연히 술을 마시고 다니지만 말이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21살이 되기 전에는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21살 미만에게 술을 팔면 엄청난 벌금과 함께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만에 하나 21살 미만이 어느 상점에서 술을 사서 마신 뒤 큰 사고로 죽기라도 한다면 그 부모가 그 상점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쫄딱 망하기 쉽습니다. 그런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술을 팔기 전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어려 보여서일까요? 제가 아는 어떤 한국 청년은 나이 33살에도 신분증 제시를 요구 받았다고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세계의 음주 연령을 알아볼까요?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음주 허용 연령이 18세 입니다. 쿠바나 알바니아 등 아예 음주 연령을 규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평균적인 음주 허용 연령은 15.9세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미국의 21세 음주 허용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는 재미있는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술에 대해 보수적인 미국은 줄곧 21세부터 술을 마시게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71년 미국 의회가 선거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게 되는데 이에 따라 많은 주들이 음주 연령을 18세로 슬그머니 낮추기 시작합니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술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여기 저기서 소송이 잇따르지만, 어찌됐건 197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절반이 넘는 주들이 음주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게 됩니다.  



  그런데, 음주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춘 주에서 교통 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늘게 됩니다. 미국은 차가 없이는 다니기 어려운 곳이다 보니 운전 면허를 16살부터 발급해 줍니다. (지금은 2000년생 이후는 18세부터 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16살부터 차를 몰고 다니는데다 18세부터 음주를 허용하다 보니 교통사고가 늘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1980년 MADD 즉 ‘음주 운전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 (Mothers Against Drunk Driving)이라는 단체가 설립됐고 전국적으로 많은 호응을 받게 되면서 의원들에게 음주 연령을 높이도록 압박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표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이 대거 MADD의 로비에 이끌려 가게 되고 1984년 7월 17일, 미국 의회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각 주의 음주 연령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즉, 21세 이하에게 음주를 허용하는 주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건설에 지원되는 연방 기금을 주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킨 겁니다. 각 주의 독자적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에서 당근과 채찍이 교묘하게 혼합된 방법으로 음주 연령을 다시 높이도록 유도했던 겁니다. 효과는 백 점 만점이었습니다. 이 강력한 재정적 인센티브와 MADD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1995년, 모든 50개주와 DC까지 음주 연령을 21세로 올려놓게끔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음주 연령을 높임으로써 교통 사고 사망자가 실제로 줄었을까요? 조사 결과 16세부터 20세까지의 운전자 가운데 교통 사고로 죽은 사람을 조사해보니 음주로 인한 사망이 1982년 61%에서 1995년 31%로 줄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음주 운전으로 사망하는 청소년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얘깁니다. NHTSA 즉 전미 고속도로 교통안전 국 (National High Transportation Safety Administration) 의 조사 결과 음주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린 이후 음주 운전 사고로 죽는 사람이 해마다 5백명 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또 최근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1999년 음주 허용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바꾼 이후 음주와 관련된 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이 급격히 줄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에 반대하며 음주 연령을 지나치게 높이 잡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인디애나 대학이 전국 56개 대학의 학생들을 조사해 본 결과 법적 음주 허용 연령인 21세 이전에 술을 마셨다는 사람이 21세 이후에 술을 먹기 시작했다는 사람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겁니다. 하기야, 맘 놓고 술을 마시지 못할 뿐이지, 부모님 안 계시는 집에서 혹은 친구 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는 어린 청소년들이 미국에도 많습니다. 공공연히 못한다 뿐이지 사실상 21세 이전에 대부분 술을 마신다는 겁니다. 법은 명목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자는 게 음주 법 반대론자들의 논리입니다.

  이렇게 음주 허용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는 사람은 대학생도 그렇다고 술을 만들어 파는 주류업자도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총장입니다. 미들버리 대학의 종신 교수이자 총장인 존 맥카델 주니어는 뉴욕 타임즈 기고에서 “21세부터 음주를 허용하는 것은 나쁜 사회 정책이자 형편없는 법(terrible low)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미국 대학생의 70%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술을 마시면서 따르지 않고 있는 법을 왜 그토록 고집하는가? 밀폐된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더 위험한 법이다. (우리 법이) 사회적 현실을 벗어나 있다.”



  말로만 그친 게 아니라 2008년 맥카델은 전국 130개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21세 이하에게 술을 파는 주(states)라고 해서 고속도로 건설 지원금을 끊는 것은 그릇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의회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의회에서도 소수의 의원들이 이 주장에 공감하며 음주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별 소득이 없는 상탭니다. 왜냐하면 갤럽이 조사한 결과 전체 미국인의 77%가 음주 연령을 18세로 낮추는데 반대하고 있는 만큼 공연히 음주 연령을 낮추는데 동참했다가는 선거에서 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맥카델은 아직도 자신의 소신을 접지 않고 있습니다. 주 차원에서 바꾸기 어렵다면 연방 차원에서 음주 연령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맥카델과 달리 미국에서 음주 연령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동양의 음주 문화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어린 나이에 어른 앞에서 술을 배우고 그럼으로써 제대로 된 음주 의식과 문화를 체득하게 된다는 겁니다. 반면, 미국처럼 어린 나이에 술을 금기시하게 되면 더 숨어서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포도주가 발전한 곳입니다. 각 대학에도 포도주를 연구하는 학과가 있을 정돕니다. 그런데, 19살이면 미국 대학에 입학할 터인데, 포도주를 연구하면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면 포도주를 어떻게 연구할까? 참 아이러니한 얘기인데 아직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는 취재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 동아리에서 술을 과도하게 마셔서 숨진 대학생 기사가 간혹 보도됩니다. 어린 나이에 술을 마시다가 어처구니없이 숨지는 사고도 적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주 연령을 21세로 높이자는 얘기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그다지 호응을 얻을 것 같지 않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 그리고 가치, 그리고 입법부에 대한 압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음주 연령과 관련된 논란을 접하면서 제가 어찌할 수 없이 내리는 결론은 술은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화가 될 수 있다는 너무나도 평범한 그러면서도 따르기 힘든 사실입니다.

출처: 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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