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항문 주변이 습해지기 쉬워 항문소양증이 잘 나타난다. 특히 항문질환이 있거나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항문 주변 피부가 자극돼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잠자리에 들 때 가렵다면 요충증을 의심해야 한다.
요충은 기생충의 일종으로, 알을 낳을 때 항문 밖으로 기어 나오는 습성이 있어 이때 심한 가려움을 유발한다. 요충은 소장 아래쪽과 대장에 붙어 살며, 수컷은 죽을때까지 맹장 부근에서 몸밖으로 안 나온다. 암컷은 밤에 항문 밖으로 기어 나와 한번에 6000∼1만개의 알을 낳는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잘 생기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요충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76.4%가 10세 미만의 아이들이었다. 요충이 있는 아이들은 소화불량·신경증·불면증을 겪기 쉽다. 말을 못하는 아이들은 심한 가려움으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항문과 질, 요도까지의 거리가 짧아 요충이 이동하면서 감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충 자체는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 않지만, 요충에 묻어있는 대장 미생물이 요도염이나 질염 등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항문 주위에 가려움을 느낀 아이들은 주변을 긁게 되는데, 이때 요충 알이 손톱 밑으로 옮겨졌다가 입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아이들이 자꾸 항문 주변을 긁으면, 기생충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해 약국에서 약을 사 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구충제 1회 복용은 요충의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번 약을 먹으면 치료가 되는 다른 기생충과는 달리, 요충은 성체에만 약이 효과가 있다. 소아과 전문의와 상의해 한번 약을 먹이고, 다른 알들이 성체가 되는 1~2주 후에 다시 약을 먹이는 방법으로 요충이 사라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반복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요충은 전염성이 강하므로 발견된 사람뿐 아니라 가족이나 어린이집 등 같이 생활하는 구성원이 모두 치료받아야 한다.
확실한 기생충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보다 1년에 한번 정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생충 검사는 가까운 소아과의원에서 쉽게 할 수 있다. 가장 일반화된 방법은 대변충란 검사법으로, 대변에서 기생충 알을 찾아내는 것이다. 알을 몸 밖에서 낳는 요충은 잠잘 때 항문에 비닐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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