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 정국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롭거나 고달플 때나, 무슨 일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항상 내 마음이 달려가는 항구가 있다.
소시적, 진에 장보러 나간 엄마를 기다려 앞뜰에도 기웃, 뒤뜰에도 기웃하다 큰길에 나서 엄마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 마음에 닿는 곳은 기다림과 함께 나타날 엄마였다. 그땐 엄마 냄새가 없고 엄마가 없는 곳은 생기도 없고 재미조차 없는 무미한 세상이였다. 그래서 엄마를 기다리던 원초적인 기다림이 만들어준 나의 항구-엄마,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다가도 줄달음쳐 집으로 와서 찾게 되던 엄마, 우수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서도 한시급히 기쁨을 전해 주고싶던 엄마, 심한 감기로 나른해졌을 때도 엄마손은 약손이였고 엄마품은 아픔을 멎게 하는 따스하고 포근한 위안처였으며, 남자애들의 익살에 짜증이 날 때에도 엄마는 항상 든든한 방패였다.나의 항구-엄마야말로 내 성장의 디딤돌이였으며 엄마의 사랑은 내 성장의 등대였으며 내가 모든일을 열심히 해나갈수 있은 지침이고 힘이였다. 엄마의 품은 항상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여 나는 비바람도 폭푹우도 모르고 안온한 성장을 할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어느덧 엄마 항구만이 아닌 많은 항구가 자리잡은 마음의 세계를 가꾸어 가는 어른이 된 자신임을 발견하게 되였다.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고 내몸과 마음을 다바쳐 사랑하고 아껴야 하고 보살펴주어야 할 딸애가 생겨났고 나의 지혜와 정열과 성심으로 지켜가야 할 직장이 있게 됐고 따스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할 친인이며 친구며 이웃들이 있게 되여, 내 인생에 소중한 항구들이 늘어난것이다. 내 마음이 가닿는 무수한 항구의 존재는 바로 내가 살아가는 리유이고 동력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마음에 벼락이 치고 정전이 되는듯한 느낌이 들며 내 마음속에 항구가 사라지며 방황이란 두글자를 머리에 떠올랐다. 항상 신나고 자신있고 견강하다고 자신하던 자신답지 않게 방황하는 자신을 보고 설마, 그럴리가? 그럴수가! 의혹스럽다가도 자신있게 결단을 내렸지만 정말 지친 심신과 함께 캄캄한 밤, 아무것도 볼수도 찾을수도 없는 막연함이 앞을 가릴 때처럼 숨막히던 순간. 나에게 등대가 필요해, 등대를 찾아야해 하고웨쳤다.
마침 허둥거리는 자신앞에 고맙게 나타나준 별 하나, 고마운 사람들의 살뜰한 정, 뜨거운 고무에 미구하여 나는 내 마음의 항구를 찾아 아름다운 꽃이 되고 잎이 되고 싱싱한 여름을 만들고 풍성한 가을을 마중할 준비가 되여 있는 존재로 삶을 살찌울수 있게 부상하였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나에게 빛이 되여 다가선 손길.못내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 시각부터 나는 새로운 자각 하나를 예쁜 날개를 달아 마음속에 담아 보았다. 나에게 소중했던 항구, 나에게 빛이 되여 주던 등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항구로, 밝은 등대로 다가설수 있는 자신이 되여야겠다. 나도 소중한 사람들의 항구가 되여 주어야겠다. 나의 존재로 하여 누군가가 삶의 의의를 느낄수 있다면, 나의 분투로 인해 누군가의 삶을 살찌워 줄수 있다면, 나의 지지와 고무가 누군가에게 용기와 신심을 가지고 성공의 대안을 향해 노저어 갈수 있다면, 나의 미소와 자그마한 베품으로 이 세상이 더 밝아지고 아름다워 질수 있다면 나도 하나의 찬란한 항구로 되여야 하겠다.
항시 파도같은 설레임과 함께 조용히 다가서는 내 마음속의 항구가 나에게 빛이 되고 희망이 되여 주듯이 나도 누군가의 소중하면서도 찬란한 항구여야 하겠다. 진정 서로의 마음으로 가꾸어 가는 항구의 아름다으로 보다 보람있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리다.
항구여, 항구!
빛을 뿌려라, 빛이 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