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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자유’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4.05일 11:06
“하늘에선 여자의 80%가 낯선 광경을 기쁘게 즐기고, 남자 대부분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말이 없더라구요”

푸른 창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았다.

파스텔톤의 탁 트인 하늘에 몸을 싣는 데는 비행기 엔진을 켜고 이륙하기까지 3분이면 충분했다. 눈을 깜빡하는 순간 어느덧 하늘 가운데다. 바둑판 같은 논과 밭, 성냥갑처럼 앙증맞은 집과 교회,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다 기수를 돌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에메랄드 빛깔 바닷물이 고요한 연못처럼 얌전하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과 기쁨의 탄성이 교차하며 30분간 꿈결 같은 비행 체험을 했다.

▶장난감 같은 초경량 비행기= 3월 마지막날 오후 1시. 2인승 경량 비행기 체험 교육을 받으려고 도착한 충남 태안군 신온리 한서대 태안비행장 격납고 입구는 아직 바람이 매서웠다. 격납고엔 희고 붉은 치장을 한 장난감처럼 생긴 경량 비행기 4대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낯선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즈음 활주로를 거칠게 달리는 비행기 엔진 굉음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제야 심장이 콩닥콩닥. 하늘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을 비행기 경험에 마음도 상기된다.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아 순서를 미뤄 보려 해도 뒷사람 누구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둥근 모양의 덮개인 캐노피를 열고 들어서니 2인승 조종석이 너무도 비좁다. 부르르릉. 엔진을 켜자 굉장한 소음에 조종을 맡은 이재경(37) 도원항공 교관과 대화가 되질 않는다.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고 나서야 이륙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말이 들렸다.

10개도 넘는 계기판의 바늘이 바삐 오르내리고 교관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관제탑과 교신을 했다. 교신 내용의 핵심은 출발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는 것이다.

하늘위에 서 바라본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장난감처럼 귀엽다. 아직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논밭은 누더기 옷감을 기워놓은 듯, 바둑판을 펼쳐 놓은 듯 사방이 네모반듯하다.

▶수평에서 50도 꺾여 선회비행= 3분여를 활주로에서 기다리다 이륙하는 순간, 50m를 달렸을까. 지구의 중력이 몸에 철렁 느껴진다. 그리고 잠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사뿐하게 하늘에 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반은 녹색의 푸르른 땅이고 반은 파스텔톤의 하늘이다. 아직 아래를 내려다볼 용기는 없다.

지난해 3월에 첫 비행 경험을 하고 1년 만에 체험비행 교관이 됐다는 이재경 씨는 “하늘에선 여자의 80%가 낯선 광경을 기쁘게 즐기고, 남자는 대부분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날은 바람이 거칠어서 해발 최대 1000피트(약 300m) 고도까지만 비행을 한다고 했다. 캐노피 속의 비행기 좌석은 따스하고 고요했다. 교관이 잠시 비행기 방향을 조정하는 스틱(조종간)을 넘겨줬다. 왼쪽으로 꺾으면 좌회전, 오른쪽으로 꺾으면 우회전이라고 했다. 긴장한 마음에 너무 힘을 준 탓일까? 40㎝가량의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꺾으니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가는 대신 기체가 수평 자세에서 50도가량 꺾였다.

비행기가 뒤집힐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 아래 땅이 있고 발이 하늘로 향했다. 기체가 꺾인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양력(비행기를 뜨게 하는 힘)이 줄어 위험하다고 했다.

잠시 잡았던 스틱을 놓고 눈앞의 풍경을 감상했다. 꽃지 해수욕장의 절경이 발 아래 펼쳐진다. 해변을 걷던 관광객들이 손을 흔든다. 바다는 온통 녹색의 에메랄드빛이다. 저 멀리 땅 위에 딱정벌레 같은 한 무리가 열을 지어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띈다. 논두렁을 달리는 사륜오토바이(ATV) 행렬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장난감처럼 귀엽다. 아직 농사가 시작되지 않은 논밭은 누더기 옷감을 기워놓은 듯, 바둑판을 펼쳐 놓은 듯 사방이 네모반듯하다. 철새 도래지 천수만을 향하니 평화로운 바다 한가운데 어선 몇 척이 한가로이 떠있다. 고도를 400피트(122m)로 낮추니, 왼쪽으로 태안 곰섬해수욕장의 건물이 비행기가 나는 고도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는 바다 위에서도 낮게 나는 저고도 비행. 햇볕이 반사된 파도가 바닷물에 그려놓은 지도처럼 문양이 이채롭다.

하늘과 땅의 경치를 감상하니 꿈 같은 비행시간 30분이 번개처럼 지났다. 기수를 돌려 비행장으로 향하니 검은 빛깔의 아스팔트 활주로가 뻗어 있다. 그렇게 하늘 길 여행을 뒤로하고 속세로 돌아왔다.

▶20시간 교육 뒤 국가공인 면허증 지급 동호회원 2000여명= 경량비행기 조종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동차 면허증 시험과 마찬가지로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하는 실기와 필기 시험을 거치면 된다. 14세 이상 이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고 실기는 5시간의 단독비행을 포함해 20시간의 비행교육을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자기 비행기를 소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가격은 대략 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로 동호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경비행기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2인승 경량비행기 면허소지자는 전국적으로 2000명 정도. 그중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전국에 200∼300명 정도다.

관제탑과 아스팔트 활주로가 갖춰진 2인승 경량비행기 비행장은 태안 신온리 한서대 비행장이 유일하다.

충남 태안=심형준 기자/cerju@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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