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상우의 ‘화랑가’
건물 속에는 불완전한 퍼즐이 조각조각 새겨져 있다. 작가는 이를 한겹 견고하고 깊이있게 정리해 하나의 객체로 조합해 나간다.
중국 고대 건축물은 일반 건축물과 다르다. 당대의 중요한 정치적 활동과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며 그 시대에 반영된 복잡한 삶의 미를 해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는 정치체제와 제도, 의식, 종교, 점성술, 별자리 등 다차원적으로 겹쳐진 방대하고 복잡한 언어부호로의 구성이다.
중국의 신세대 작가 엔차오(35)는 “중국의 고대건축 사상과 활동은 종래에도 중요한 정치활동이자 일종의 의식형태며 신비로우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해독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성(城)’은 “어둠 속 동방의 전통사유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무의식적으로 작품을 보게 되면 중국인의 사유방식임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여실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인류가 건축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절차는 바로 평면구도에 대한 주목이고, 지도는 세계의 평면축소도로 우리 생명의 존재에 대한 절실한 위로이자 방향감을 안겨준다. 또 창작은 사실 어둠 속에서 마치 ‘도’를 닦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는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단조롭고 언어가 없는 행위는 매우 어려운 도를 닦은 여정”이라며 “때로는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 속에서 엿보이는 고상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유로운 사상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안겨주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엔차오는 역사 속의 문화예술이 유산으로 변화되는 연구 과정을 통해 과거와 미래, 현실과 상상, 세계상의 변화, 예술과 비예술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에게 사회적으로 인식된 문화유산의 시각적 인지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미지로 규정된다. 이러한 이미지를 도판상의 평면으로 구속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인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품에서는 마티에르의 특유한 질감이 엿보인다. 이는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기원전 7000년부터 사용돼온 명주실, 벌꿀과 함께 중국 3대 보물인 최초의 물감으로 알려진 생옻칠을 사용한 것이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에 유성 시너를 섞어 물감이 퍼져 나가는 효과가 마치 수묵화같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질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창적인 회화양식은 강렬하고 두터운 깊이감을 내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듯한 이미지들은 강인하고 중후한 예술 형식을 만들어낸다.
작품을 통해 재현되는 이미지들은 회화라는 언어의 재구성이자 시각적 유희의 절정이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관심에서 자칫 멀어지기 쉬운 문화유산들의 시각적 형상과 정통규칙을 분석 탐구해 자신만의 평면적 시학을 만들어 회화의 물성과 표현방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엔차오가 22일까지 서울 서초동 더 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회화 30여점을 걸었다. 화가만의 독특한 형식을 빌려 세계의 문화유산을 추상화한 작업과 역사 속 영웅들의 모습을 재현한 인물시리즈 등이 나왔다. 02-3447-0049
문화부 차장 swr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