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어리다고 연기 허투루 하는 시대는 갔다. 아직 10대인 두 배우 김새론과 김향기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꼭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로 입은 상처를 연기하며 빼어난 연기력을 뽐냈다. ‘아역 배우’라는 말 자체도 맞지 않은 이 두 명의 어린 배우들이 야밤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눈길'은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역사를 깨우치며 높은 흡인력을 보여줬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1TV 광복 70주년 특집 2부작 드라마 ‘눈길’은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간 두 소녀 최종분(김향기 분), 강영애(김새론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시대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큰 고통을 겪은 두 소녀를 연기한 배우는 김향기와 김새론이었다. 2000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두 배우는 나란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만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만난 두 소녀가 황망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는 장면부터 울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제작진은 위안부 소재를 다루면서 혹시라도 생존한 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자극적인 장면을 제외하면서도 슬프고 아픈 역사를 끄집어내서 안방극장에 복기시켰다. 시청자들이 그 당시의 많은 이들이 당한 아픔에 스며들 수 있도록 감정 이입을 도운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뱃속 아기를 죽이는 약을 거부하며 괴롭힘을 당하느라 악을 쓰는 김새론, 죽는 것보다 버텨서 살아 돌아가는 가기 위해 마음을 단단하게 부여잡는 김향기. 두 배우들은 위안부의 절망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눈물은 물론이고 눈빛에 원망과 분노가 되사려있는 극한의 감정을 모두 담았다. 김새론과 김향기의 열연에 안방극장은 드라마에 몰입해 다시 한 번 아픈 지난 날을 되새기며 역사 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
언젠가부터 아역 배우들은 ‘아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성인 연기자들 못지않은 연기력을 장착했다. 대표적인 배우가 김새론과 김향기인데, 이번 ‘눈길’에서도 놀라운 흡인력으로 드라마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눈길’은 따뜻한 필력을 가진 ‘비밀’의 유보라 작가가 집필을 했다. 이 드라마는 단발성 특집 드라마였지만 웬만한 대하 드라마 못지않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두루뭉술하게 표현됐지만 명확한 역사의식을 드러내며 기획 의도에 충실히 했고, 세련된 연출 감각으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사실 이런 드라마는 자칫 잘못하면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제작진이 묵직한 주제 의식을 감각적으로 다루며 수준 높은 작품으로 여겨졌다.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명작'이었다. 이날 1부의 마지막은 종분이 자살을 하려는 영애를 막아서는 이야기가 그려지며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될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70년 후 종분이 영애를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이미 1부에 담긴 까닭에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되기 때문. 이야기의 시작부터 시청자들을 울린 '눈길'이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하며 먹먹한 감동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2부는 1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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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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