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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초점] 김구라, ‘웃픈’ 가정사 언급 득일까 실일까

[기타] | 발행시간: 2015.03.11일 11:14

[OSEN=정유진 기자]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때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특히 당사자가 어려운 일을 당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적 미덕이 이 때만큼 야속할 때가 없다. 하지만 웃음에는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어서일까. 어려운 일을 당한 개그맨들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문제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이고는 한다. 불편한 상황은 곧 희화돼 ‘웃픈’, ‘셀프 디스’로 받아들여지고 처음에는 ‘뜨악’했던 시청자들도 조금씩 이를 받아들이며 잊어간다.

MC 김구라가 2015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공황장애와 그 원인이 됐던 거액의 빚 문제로 연일 화제의 선상에 오르내렸던 그는 누구보다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A급 MC로서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인 김구라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특유의 솔직한 독설이다. 과거에는 그 독설이 다른 사람에게로 향해 욕을 먹었었다면 최근에는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로 향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김구라는 지난 10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결혼 터는 남자’에서 아내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집안에 큰 일이 있고 나서 아내와 덜 싸우게 된다. 아내가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데 예전에는 그것 때문에 싸웠다”며 “요즘은 한마디 하면 바로 취침한다. 아내를 보며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또 아내를 용서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사람 감정이 그렇게 쉽게 안 된다. 과정인데 완전한 용서는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현재 시청자들은 김구라가 아내의 빚보증으로 인해 약 17억 원 가량의 돈을 날렸다는 대강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태. 지난해 김구라가 공황장애로 쓰러졌을 당시 이 같은 내용이 기사화됐을 뿐 아니라, 이후 그가 ‘라디오스타’를 비롯한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들에서 종종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일단 김구라의 가정사 언급은 실제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그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개그맨 유세윤의 음주운전이나 문희준의 록 언급이 웃음을 주는 이유는 당사자 본인이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굴욕적일 수 있는 일을 솔직하게 까발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솔직한 발언은 그 의외성과 기발함으로 인해 웃음을 준다. 모른척하고 숨길 때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웃음의 소재로 삼을 때는 오히려 후련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김구라의 경우에는 피해를 당한 쪽으로 여겨져 불편함이 덜하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연민을 자아낸다.

반면 그 때문에 그의 가정사 공개를 꺼려하는 시청자들도 없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나 결국 사건의 주인공은 아내고, 그런 아내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 잘못을 했다고 여겨지나 아내에게는 부끄러울 수 있는 일을 계속 언급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다. 다른 사람을 '디스'하는 것이 김구라가 가진 캐릭터이기에 기본적으로 이 캐릭터에 반감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더욱 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득이냐 실이냐를 놓고 본다면, 김구라의 '셀프 디스'에는 득이 더 많다.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모습이 웃음을 줄 뿐 아니라 스스로도 계속해서 가정사를 언급하며 자신에게 벌어진 불행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 이 같은 언급이 매번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다면 피로해 할 이들도 있다. 결국 김구라 본인의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문제다.

eujenej@osen.co.kr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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